한신대는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한편, 박정희 정권 아래서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73년 11월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동맹휴학을 지지하며 한신대 교수단 전원이 삭발 시위를 감행했다. 오른쪽부터 김정준·김이곤·박근원·안병무 교수. 한신대 50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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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확대 뒤, 한국신학대학(한신대) 학생들의 교내시위에 대해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어 신입생 모집중지 조처를 강제했던 사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14일 오후 열린 제95차 전체위원회에서 강성영 한신대 총장 등 4명이 신청한 ‘전두환 신군부의 대학의 자율성 침해사건’(한신대 및 한신대 학생들)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와 적절한 피해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신청인들은 1980년 5월17일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한 상황에서 한신대 학생들이 5·18 진상규명 시위를 벌이자, 신학과 신입생을 모집 중지시키고 학교도 강제 이전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이 직영하는 신학교인 한신대는 1940년 개교한 ‘조선신학교’를 전신으로, 1952년부터 서울시 강북구 수유리 소재 교사에서 신학과 단일 학과 단과대학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1981년부터 1982년까지 2년간 신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고 학교를 경기도 화성군 오산읍 양산동 산 19번지로 이전했다. 한신대는 학년당 학생 50명 정원에 교수 13명 규모로 학장 이하 교수들의 사택과 학생 기숙사를 같은 교정에 운영하며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한편, 박정희 정권 아래서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진실화해위가 국가기록원에서 찾은 1980년 문교부(현 교육부)의 한국신학대학 개강 문제 문서. \"신학과 2년간 학생모집을 정지\"한다는 조치 내용이 적혀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 |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비상계엄 전국확대의 원인을 ‘학원소요’로 규정하고 “학원 내외의 소요사태는 일절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신대에선 10월8일 학교 운동장에서 계엄 확대 뒤 첫 시위가 벌어졌고, 그에 따라 정권의 표적이 됐다. 당시 학생들은 5·18 당시 시민군으로 항거하다 전남도청에서 희생된 한신대 3학년생 류동운을 기리며 “류동운을 살려내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음 날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1980. 10. 9 한국신학대학에 대한 조치 검토’를 작성하고 10월16일 전두환이 대통령 취임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신대 시위’를 직접 언급했다. 며칠 뒤 이규호 문교부장관(현 교육부장관)은 직접 쓴 ‘모집중지’ 메모 쪽지를 한신대 이사회에 교부했고, 11월3일 문교부는 “모집중지 등을 취할 경우”로 한신대 개강 허용 조건을 확정했다. 같은 날 한신대 이사회는 ‘2년 동안(1981년~1982년) 신학과 학생 모집중지’를 의결했다.
신청인 및 참고인들은 모집중지로 인해 신학과가 ‘신학전공 철학A’로 편성되어 “신학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었다”는 점, “기독교장로회 목회자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점,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원치 않았던 철학 과목을 이수해야 했던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진실화해위는 “전두환 신군부가 1981년~1982년 동안 한신대 신학과 신입생을 모집 중지하게 한 것은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하여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제22조 제1항), ‘교육받을 권리’(제31조 제1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과 대학의 자율성‘(제31조 제4 항)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는 학교 이전의 강제성 여부와 관련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 한신대 신학과 1학년생이었던 신청인 강성영 총장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5년 전 10월8일 독재 치하 서슬 퍼런 계엄 하에 광주도청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순교한 류동운 학우의 추모집회 후 시위로 인해 전두환 정권에 의해 신학과 강제 모집중지라는 유례없는 폭압적 조치를 당했다”며 “만시지탄인 감도 있지만, 진실화해위에서 국가폭력에 의한 학문의 자유, 대학 자율성을 해치는 폭압적 사건이었다는 점이 규명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신대는 이번 진실규명 건과 관련해 다음 주 중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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