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검사 윤석열’은 ‘대통령 윤석열’을 불구속 수사했을까

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왼쪽)과 대통령 취임식 때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비난하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주장했다. 정 실장은 “유독 윤석열 대통령에게만 가혹하게 대응한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이야말로 검사 시절 ‘구속 수사’로 유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자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검사 윤석열’의 이력을 보면 ‘대통령 윤석열’도 구속 수사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실장은 이날 호소문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 계획에 대해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체포영장은 망신주기 목적”이라며 “조사 없이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사 윤석열’은 불구속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대표적인 ‘특수통’ ‘강골 검사’로 불리며 압수·수색·체포·구속 등 강제수사를 주도했다. 2016년엔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시킨 ‘국정농단 특별수사팀’의 수사팀장이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 혐의 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도 “통상 사건과 똑같은 기준과 절차를 거쳐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며 검찰 지휘부의 반대에도 체포·압수수색을 벌여 징계를 받고 지방으로 좌천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복귀한 뒤에는 검사와 국정원 직원의 ‘댓글 수사 방해’ 혐의 수사를 지휘했다.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였던 변창훈 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8년 3월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권성동 의원(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변 검사의 주거지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전형적인 망신주기식 수사”라고 했고, 김진태 의원(현 강원지사)도 “별건수사는 물론 영장 재청구, 망신주기식 공개소환, 피의사실 공표까지 ‘사람 잡는 지름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선 현재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장제원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을 “정말 잔인한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윤 대통령은 2020년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직접 지휘했다. 검찰은 3명 중 2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3명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는 공개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구속영장 기각에 10차례 이상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2017년 9월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법과 원칙 외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밝힌 입장문을 시작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지극히 비상식적” 등의 용어를 동원해 법원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그해 10월 국회에 출석해 “입장문을 직접 검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권력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던 윤 대통령이 유독 자신에게만 불구속 수사 원칙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에서 윤 대통령과 근무했던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을 수사하면서 임의수사(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킨 적이 없다”며 “무조건 구속시키는 수사의 장본인인데 자기한테만 헌법과 형사소송법 원칙을 지켜달라고 하기는 부끄럽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전술복장을 한 경호처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