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는 국회의 신속한 해제 결의로 일단락되는 듯도 싶었지만 그 여파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나 내란 혐의 수사도 시간이 걸리며 국민 불안감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 보기에는 아직 불안한 나라로 비친다.
이시바 일본 총리(왼쪽)와 안와르 말레이 총리 |
올해 한국 사회를 보고 있자면 지난해 연초 온갖 악재가 잇따르던 일본을 보는 듯한 기시감마저 든다.
노토 강진 이튿날인 1월 2일에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던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해상보안청 항공기(MA722편)와 충돌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가끔은 한국의 정정 불안이 외교에 줄 영향이 우려된다는 사설을 싣기도 하고 윤 대통령의 평소 술 습관 등에도 관심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사히신문은 지난 7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는 한국의 전직 국무위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삼청동 안가 등에서 삼겹살 등을 안주로 '소맥'을 마시는 것을 선호했는데 "일반적으로는 소주와 맥주 반 잔씩을 따르는데, 대통령은 모두 가득 부어 항상 20잔 정도씩 들이켰다"는 얘기를 전했다. 아마도 한국 대통령의 이해하기 힘든 비상계엄 시도 배경을 찾다 보니 개인적 행동 특성까지 들여다보게 됐으리라고 짚어본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등 한국 소식을 보도한 일본 신문들 |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뉴스거리는 시간이 흐르면 잊힐 것이고 불편한 감정의 상처도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답보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실속을 챙기며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9일부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순방 중이다. 그는 출국에 앞서 "국제사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와 관계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중요하게 해 나가고 싶다"며 "일본과 거리가 매우 가까운 아세안과 관계를 강화, 진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원래 일본 정부는 이시바 총리의 연초 방문국으로 한국을 점찍어두고 있었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양자외교 목적의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달 16일 트럼프 당선인 옆에서 투자 계획 발표한 손정의(좌) |
연초부터 활발한 일본의 올해 외교 활동을 보면 한국의 외교 시계는 상대적으로 멈춰있는 듯하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이리저리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엿보인다. 당장 이시바 총리는 얼마 전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한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지난 7일 만찬을 함께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언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쏟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국 관계의 안정화를 추구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측근 해거티 의원 만난 스가 전 일본 총리 |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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