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 논란 끝에 대구시에 만들어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그런데 이 동상이 훼손될까 봐 공무원들에게 밤샘 보초까지 서게 하면서 또 논란이 일고 있죠.
그 현장을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밀집 모자를 쓰고 볏단을 들고 있는 높이 3m의 이 동상.
지난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수를 하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된 겁니다.
이 뒤편으로 와 보시면요.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 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글귀도 써져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시민 단체에서 이곳에 욕설을 써 놨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 지워져서 없지만 당시 사진을 보면 '독재자 개XX'라는 욕설을 써 놨습니다.
이 이후로 대구시에서는 직원들을 동원해 밤새 이 동상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동상이 잘 보이는 곳에 서 있는 검은 전기차 한 대.
대구시청에서 나온 직원들이 타고 있습니다.
2인 1조로 밤새 차 안에서 누군가 동상을 훼손하지 않는지 보초를 서는 겁니다.
열 발자국 떨어진 곳 한 초소에선 대구시 산하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역시 동상을 지키는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취재진도 차 안에서 밤새 동상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자정이 넘어가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화장실 이용하는 시간 빼고는 직원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차 안에 있는 직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들 대신 입장을 전하겠다는 노조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장재형/대구 새공무원노조위원장 :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동상 지키자고 공무원 동원되는 일이 없으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기네스북감입니다.]
밤샘 당직 후 하루 휴식이 주어지지만, 꼭 사람이 지켜야 하는 거냐는 불만이 직원 사이에서 적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 감시카메라 4개가 이 동상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감시카메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대구시청에 물어봤습니다.
[안중곤/대구시청 행정국장 : 인간 CCTV인가 이런 시각으로 보실 수 있는데요. 설립 초기에 서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고 잘 안착이 되면 저희도 불필요한 그런 근무를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동대구역을 오가는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대구시민 : 그러면 군부대 안에 세우지, 아니 시청 안에, 안 그러면 시장실 안에 세우던가. 내가 공무원이라고 하면 정말 자괴감이 생기지. 말도 안 되는 거죠. 진짜 먹고 살기 힘들다. 안 그렇습니까?]
[양산시민 : 공적인 일도 있을 건데 이런 업무까지 또 보초를 선다는 거는 모르겠어요. 저는 이제 중립적인 입장에서 봐도 그건 좀 아니라고…]
애초에 동상을 세운 게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김송하/대구시민 : 애초에 세워지지 않았으면 이런 잡음 자체가 없었지 않았을까…]
반면, 실제 훼손 사건이 있었던 만큼 감시 활동이 필요하단 시민도 있었습니다.
[전무진/대구시민 :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무원이) 절대 무리하는 건 없어요. 좌파들이 여기 해코지 할 수도 있거든요.]
한 현장 직원은 '당직 논란'과는 별개로 동상 훼손은 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습니다.
[현장 직원 : 어차피 저거 낙서를 해가지고 이 추운 날에 지우는 사람은 결국 또 약자야. 일하는 아줌마들 돈이나 많이 받나…]
대구시는 동상 감시를 위한 이런 당직 근무를 이달 말까지 계속 진행하고, 추후 연장할 지를 결정하겠단 방침입니다.
조금 전에도 이 동상을 밤새 지키던 공무원들이 당직을 마치고 퇴근했습니다.
한 시민은 동상 때문에 산 사람이 고생하는 꼴 아니냐며 '주객전도'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박찬영]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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