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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불닭 대박 비결은 라면 아닌 문화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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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10일 강원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퓨처 리더스 캠프'에서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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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유튜브 '영국남자' 채널을 통해 불닭볶음면이 흥행했을 때 절대로 우리 기업이 먼저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매운맛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돼야 흥행이 이어질 거라고 판단해서였죠."

10일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강원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퓨처 리더스 캠프' 토크콘서트에서 리더를 꿈꾸는 20·30대 청년들을 만나 불닭볶음면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삼양이 판 건 불닭볶음면이라는 라면이 아닌 '맛있게 매운맛'이었다"면서 "이제 매운맛은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주류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불닭볶음면 영상은 1200만개가 넘는다. 누적 조회 수는 4억회에 달한다.

김 부회장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 대부분이 이같이 문화 현상과 결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대표적으로 꼽은 사례는 K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인기를 끈 양념치킨, 비건·헬시플레저 트렌드로 인기를 끈 냉동김밥 등이다. 김 부회장은 "과거 K푸드로 밀었던 것은 김치, 비빔밥, 불고기였지만 막상 인기를 끈 식품은 불닭볶음면, 양념치킨, 냉동김밥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물이 아닌, 볶음면이라는 형식도 흥행에 결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볶음면이었기 때문에 인종, 국가, 나이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무덥고 습한 기운에 국물을 꺼리는 동남아시아 사람들과 파스타를 즐기는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이 볶음면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소비자들은 '까르보불닭' '치즈불닭' 등을 참치, 옥수수, 우유, 꿀을 가미하면서 변주해 즐기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이 같은 성공에 따른 삼양식품의 성장도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불닭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2016년 해외 직원은 2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70명으로, 9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16년 2만7000원이었던 삼양식품의 주가가 어제(9일) 종가 기준 74만원을 기록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억불 수출탑'까지 수상했다.

그는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한 질문에 "올해 새로운 불닭 제품 2종을 출시하기 위해 이름을 짓는 단계에 있고, 많으면 세 가지 종류까지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닭볶음면을 라면뿐만 아니라 소스·만두·냉동식품으로 확장하겠다"며 "브랜드 불닭의 매출을 불닭볶음면의 10배 정도로 늘려 보겠다"고 자신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불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그는 "불닭 제품을 생산하는 밀양 2공장은 올해 6월 완공식을 열 것이고, 7월엔 중국 현지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밀양 제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국내 연간 면류 생산 능력은 기존 18억개에서 24억개로 향상된다.

김 부회장은 청년들에게 불닭볶음면 성공 뒤에 가려진 치열한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용기'를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은 매운맛에 관심이 없다거나 현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뿐이었다면 지금의 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은 없었을 것"이라며 "두려움을 멈추지 말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올바른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김 부회장이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한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선 강연이다. 그는 삼양식품 창업자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김 부회장은 불닭 브랜드를 큰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가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강릉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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