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타임리스 뷰티'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그라운드시소 명동 전시장에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1908)가 미디어 아트로 펼쳐지고 있다. 미디어앤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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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을 본다는 건 단지 미적 쾌감을 누리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한 작가의 심연으로부터 태어난 결과물인 작품은 한 개인의 사고와 관점을 확장하고, 때로 철학적이거나 영적인 한순간을 허락해준다. 감상하는 '나'와 결과물의 모태인 작가는 그렇게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되고, 이 연결성은 타자, 나아가 세계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어떤 미술품을 보느냐는 개인적이고도 공동체적인 행위인 것이다. 2025년 미술계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나'를 조우하기 위해 깊이감 있는 전시를 계획 중이다. 올해 미술계 주요 전시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1 그라운드시소 명동 : 움직이는 클림트 작품
최근 서울 중구 그라운드시소 명동에서 개막한 미디어앤아트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 타임리스 뷰티'도 주목되는 전시 중 하나다. 전시는 1억850만달러의 경매 기록을 세운 유작 '부채를 든 여인'(1918)과 길이 24m의 대작 '베토벤 프리즈'(1901) 등 대표작 80여 점을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 보인다. 특히 클림트의 오랜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에르빈 뵐레의 회고록을 토대로 클림트의 예술 여정과 인간적 면모를 들려줘 누구나 쉽게 클림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 아트오앤오 : 무라카미 다카시 갤러리
지난해 첫 회부터 세계적인 화랑들이 대거 몰려와 화제를 모았던 국제 아트페어 '아트오앤오(OnO)'는 올해 한층 더 풍성해진 라인업으로 돌아온다. 페레스프로젝트,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바톤 등 엄선된 국내외 4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오앤오 2025'는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오는 4월 1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3일까지 열린다. 일본의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운영하는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를 비롯해 일본 도미오 고야마 갤러리, 프랑스 갤러리 술타나 등은 올해 처음 아트 오앤오에 나온다.
3 국립현대미술관 : 이건희컬렉션 한눈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최대 변화는 4년 만에 부활하는 상설전시다. 상설전에서는 '이건희컬렉션' 작품들이 주축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박래현, 김기창, 박수근, 김환기, 박서보, 최욱경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입체적인 화면으로 내걸린다. 상설전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1000평, 서울 470평 규모의 전시실을 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5월부터 과천에서 열리는 상설전은 '한국미술 1900-1960'이, 6월부터 과천에서 열리는 상설전은 '한국미술 1960-1990'이, 5월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상설전은 '한국현대미술'이 관객을 맞는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선 4~7월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 '이대원'전이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서울에선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김창열'전, 과천에선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신상호'전도 열린다. 특히 올해가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사회적 의제를 주제 삼은 전시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덕수궁에서 8~11월 선보이는 '향수, 고향을 그리다'가 그것이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인 '서울박스'에서는 대규모 설치작품이 관객의 흥미를 돋울 예정이다. 작년 LG전자와 전시 후원 협약을 맺은 데 따라 'MMCA×LG OLED' 시리즈를 8월에 선보인다. 이 밖에도 'MMCA 다원예술 2025: 숲'(5월 서울), 'MMCA 소장품전, 수채, 물을 그리다'(3월 청주),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5월 서울), '젊은 모색 2025'(4월 과천), '올해의 작가상 2025'(8월 서울) 등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전시들이다.
4 서울시립미술관 : 근현대작가 10인 조명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본관,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등에서 관객과 조우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선 '강명희 개인전'(3~6월)이 상반기 전시 서두를 연다.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현대미술 작가 강명희가 천착해온 '존재와 자연과의 관계'를 다룬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8~11월)는 올해가 13회째로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영혼의 기술로서의 예술'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미술관 측은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은 올봄 '회화반격' 시즌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근현대 작가 10인의 여정을 통해 회화 고유의 가치를 조명하는 '그림이라는 별세계-이건희컬렉션과 한국근현대작가'를 4월부터 7월까지 연다. 시각성과 이미지의 문제를 중의적으로 풀어가는 '떨어지는 눈' 전시도 같은 기간(4~7월) 열린다.
5 호암미술관 : 겸재 정선을 만나다
호암미술관의 올해 키워드는 '겸재 정선'과 '루이즈 부르주아'로 요약될 수 있다. 호암미술관에서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전을 4월부터 연다.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다. 8월에는 '루이즈 부르주아'전을 연다. 한국에서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규모 미술관 개인전은 25년 만이라고 삼성문화재단 측은 설명했다.
1 2024년에 열린 '아트오앤오' 국제 아트페어. 김호영 기자 2 정선 '금강전도'. 호암미술관 3 박래현 '작품'(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
6 리움미술관 : 피에르 위그 첫 개인전
리움미술관은 2월 '피에르 위그' 개인전을 국내 최초로 연다. 특히 9월엔 이불 작가의 대규모 전시가 계획돼 있다. 리움미술관과 홍콩 M+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불 작가의 개인전은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장을 달굴 예정이다. 이 전시는 리움에서 먼저 개최된 뒤 내년 3월 M+미술관 전시로 이어진다는 의미도 크다. 또 리움미술관은 3월 '현대미술 소장품전'을, 같은 시기(3월) '국외소재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 특별전을 연다.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이 보존처리한 미국 피보디에식스박물관 소장품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도 확인 가능하다.
7 국제갤러리 :'거미 엄마' 루이즈 부르주아
국제갤러리는 3월 최재은과 하종현의 개인전으로 2025년 전시를 본격 시작한다. 현대미술가 최재은은 1986년부터 종이를 땅속 깊이 묻어 토양과의 상호작용을 물질화하는 등 '생명의 근원'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해온 작가다. 부산점에서는 정연두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이 4월에 열리고, 6월엔 젊은 회화작가 그룹전 '회화 이후의 회화'가 진행된다.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선 '전통'을 주제로 삼은 그룹전 '한옥 2025'도 예정돼 있다. 국제갤러리는 9월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갈라 포라스 김의 첫 개인전이 가을에 열리고, 2025년 말엔 '여성적 그로테스크'란 수사로 주로 소개되는 장파의 개인전도 열린다. 올해 마지막 전시로는 다니엘 보이드 전시가 12월에 준비돼 있다.
8 가나아트센터 : 김병기 작고 3주기 회고전
가나아트센터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병기(1916~2022)의 작고 3주기를 맞아 그를 회고하는 기념전을 연다. 김병기의 예술 궤적을 따라가며 그가 추구한 독창적 예술 세계를 소개하는 한편 김환기, 이중섭, 김창열 등 동료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선보여 이들 간의 예술적 교류를 조명할 예정이다. 5월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한 '불교미술특별전'(가제)이 예정돼 있다. 이 전시는 가나문화재단 소장품을 중심으로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기획한다. 7월에는 최근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이 개막한다.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박은선 작가의 개인전은 10~11월 개최된다. 이탈리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콘티니의 전속인 박 작가는 올해 이탈리아 현지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개관한다.
9 갤러리현대 : 개관 55주년 발자취 따라
갤러리현대의 첫 전시는 2월 열리는 '신성희: 꾸띠아주, 누아주'전이다. 갤러리현대는 신성희를 "단색화와 민중미술 중심으로 서술된 한국 회화사에서 캔버스라는 절대적 공간의 평면성이란 한계를 극복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꾸띠아주는 박음 회화, 누아주는 엮음 회화를 뜻한다. 갤러리현대는 4월 개관 55주년 특별전으로 1970년 시작된 현대화랑의 반세기 넘는 여정의 미학적 자취를 자축하고, 8월 김민정전, 이강승·캔디스 린전, 토마스 사라세노전을, 10월엔 이우성전을 계획하고 있다.
10 학고재 : 빛의 연금술사 장승택
학고재는 올해 2월 김재용 개인전을 시작으로 4월 장승택, 5월 정수영, 7월 류경채·류인 부자, 10월 김은정, 11월 유리 개인 전시를 계획 중이다. "모든 재료를 통솔해 빛으로 바꾸는 연금술사"라는 평을 받은 장승택은 색으로 켜켜이 쌓아올린 빛의 마법을 펼쳐 보이고, 일상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는 정수영은 일상의 사물을 회화적인 언어로 풀어낼 전망이다.
11 아라리오갤러리 : 국제무대 선 亞작가들
아라리오갤러리는 올해 동아시아에 기반을 두고 국제 무대로 도약해 나아가는 작가들의 개인전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금속 조각가 김병호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3월에는 일본의 젊은 회화 작가 고헤이 야마다와 필리핀의 국민 작가로 알려진 뷰엔 칼루바얀의 개인전을 연다. 5월에는 일상의 다양한 감각을 형상화하는 구지윤과 요한한의 개인전이 동시에 개최된다. 7월에는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엄태정 개인전으로 1960년대부터 조각의 형태와 재료의 물성을 탐구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9월에는 전관에 걸쳐 여성의 신체와 내면 세계를 한국화 재료로 표현한 이진주 작가의 신작들을 펼치는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이어 11월에는 회화 사진 조각 문학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대만 작가 시영춘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12 해외갤러리 서울 지점 : 이강소 화백 개인전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지점들에서도 굵직한 전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는 오는 6월 '빛의 작가'로 불리는 미국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한국의 이강소 화백을 전속 작가로 영입한 타데우스 로팍은 올해 6월 서울에서 이강소 개인전을 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또 화이트큐브 서울은 4월 미국 작가 앨릭스 카버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에스더쉬퍼는 최근 용산구 내에서 서울지점을 확장 이전하면서 새해 그룹전을 시작으로 대규모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유태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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