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인터뷰 답변 방향 좀..." 대선 때 명태균에게 조언 구한 윤석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타파, 명태균 창원지검 보고서 추가 공개
尹, 직접 인터뷰 답변 물어보고 비판도 공유
김 여사 통해 캠프 인사 직접 추천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14일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남 창원시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창원=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경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미공표 여론조사를 수차례 제공한 것을 넘어 윤 대통령의 선거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양측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직접 언론 인터뷰의 답변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명씨가 김 여사에게 추천한 인사들이 윤 캠프의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9일 뉴스타파는 전날에 이어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는 창원지검 검찰 수사 보고서에 담겨 있다. 검찰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가 보관하고 있던 명씨 PC에서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2021년 6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나눈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 파일 280개를 복원했다.
한국일보

검찰 수사보고서에 나온 2021년 7월 21일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대화. 자료=뉴스타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7월 21일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연합뉴스 인터뷰 답변서210721’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을 전달하면서 “간략한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 내일 오전에 전화 드릴께요”라고 부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인터뷰가 오후 3시. 특히 뉴스인터뷰 1에서 4번”이라며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윤 캠프 참모진이 미리 작성해 놓은 답변서에 대한 첨삭을 명씨에게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국민일보 기사 링크와 ‘윤석열 진영 현황과 극복방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해당 글에는 윤 대통령 자신과 캠프에 대한 비판점이 적혀있어, 명씨에게 관련 의견을 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한 달 전인 2021년 6월 29일에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명씨는 김 여사에게도 언론 대응 방법을 알려줬다. “X파일 질문은 강하고 짧게 잘라서 응대하라”고 명씨가 말하자 김 여사가 “”이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다. X파일은 윤 후보와 김건희 일가 관련 비리를 종합 정리한 문건으로, 윤 대통령은 실제로 언론 인터뷰에서 X파일 관련 질문이 나오자 “실체가 불분명한 문건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날 명씨는 김 여사의 “윤석열 총장은 발광체냐? 반사체냐?”는 물음에 “정치인은 모두 반사체다. 국민이 발광체다.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비추는 반사체다”라고 답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워 지지율을 얻은 반사체라는 공격을 받던 당시의 대화였다. 명씨의 ‘코칭’ 이후 윤 대통령은 언론 보도에서 명씨가 말한 그대로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2021년 9월 17일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윤석열 캠프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를 추천하는 대화 내용이 담긴 검찰 수사 보고서. 자료=뉴스타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윤 캠프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도 공개됐다. 2021년 7월 16일 김 여사는 카카오톡으로 명씨에게 황준국 주영국대사의 프로필을 공유하며 ‘이 사람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라고 명씨의 의견을 물었다. 김 여사와 명씨가 대화를 나눈 다음 날 황 전 대사는 윤 캠프의 후원회장으로 임명됐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인 2021년 9월 17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캠프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를 추천하기도 했다. 명씨는 주호영 5선 국회의원을 1순위로 두고 윤상현, 김태호, 나경원 의원을 차례로 언급했는데 한달 뒤 주 의원은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김 의원은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윤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에 위촉됐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