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접 인터뷰 답변 물어보고 비판도 공유
김 여사 통해 캠프 인사 직접 추천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14일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남 창원시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창원=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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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경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미공표 여론조사를 수차례 제공한 것을 넘어 윤 대통령의 선거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양측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직접 언론 인터뷰의 답변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명씨가 김 여사에게 추천한 인사들이 윤 캠프의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9일 뉴스타파는 전날에 이어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는 창원지검 검찰 수사 보고서에 담겨 있다. 검찰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가 보관하고 있던 명씨 PC에서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2021년 6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나눈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 파일 280개를 복원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나온 2021년 7월 21일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대화. 자료=뉴스타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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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2021년 7월 21일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연합뉴스 인터뷰 답변서210721’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을 전달하면서 “간략한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 내일 오전에 전화 드릴께요”라고 부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인터뷰가 오후 3시. 특히 뉴스인터뷰 1에서 4번”이라며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윤 캠프 참모진이 미리 작성해 놓은 답변서에 대한 첨삭을 명씨에게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국민일보 기사 링크와 ‘윤석열 진영 현황과 극복방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해당 글에는 윤 대통령 자신과 캠프에 대한 비판점이 적혀있어, 명씨에게 관련 의견을 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한 달 전인 2021년 6월 29일에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명씨는 김 여사에게도 언론 대응 방법을 알려줬다. “X파일 질문은 강하고 짧게 잘라서 응대하라”고 명씨가 말하자 김 여사가 “넵”이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다. X파일은 윤 후보와 김건희 일가 관련 비리를 종합 정리한 문건으로, 윤 대통령은 실제로 언론 인터뷰에서 X파일 관련 질문이 나오자 “실체가 불분명한 문건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날 명씨는 김 여사의 “윤석열 총장은 발광체냐? 반사체냐?”는 물음에 “정치인은 모두 반사체다. 국민이 발광체다.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비추는 반사체다”라고 답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워 지지율을 얻은 반사체라는 공격을 받던 당시의 대화였다. 명씨의 ‘코칭’ 이후 윤 대통령은 언론 보도에서 명씨가 말한 그대로 발언하기도 했다.
2021년 9월 17일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윤석열 캠프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를 추천하는 대화 내용이 담긴 검찰 수사 보고서. 자료=뉴스타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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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윤 캠프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도 공개됐다. 2021년 7월 16일 김 여사는 카카오톡으로 명씨에게 황준국 주영국대사의 프로필을 공유하며 ‘이 사람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라고 명씨의 의견을 물었다. 김 여사와 명씨가 대화를 나눈 다음 날 황 전 대사는 윤 캠프의 후원회장으로 임명됐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인 2021년 9월 17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캠프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를 추천하기도 했다. 명씨는 주호영 5선 국회의원을 1순위로 두고 윤상현, 김태호, 나경원 의원을 차례로 언급했는데 한달 뒤 주 의원은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김 의원은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윤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에 위촉됐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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