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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단독]"불닭 아니었어?" 짝퉁인가 미투인가…팔도 볼케이노 까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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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 불닭과 유사한 맛과 봉지 콘셉트

'품귀 현상까지' 해외 질주하는 까르보 불닭

고환율에 해외 매출 늘려야…불닭 모방 전략

'불낙볶음면' 이후 두번째 불닭 미투 제품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팔도가 미투(모방) 마케팅으로 삼양식품(003230) ‘불닭볶음면’ 대항에 나선다.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콘셉트의 ‘볼케이노 까르보나라’를 출시하면서다. 미투 마케팅이란 경쟁 브랜드의 상표, 디자인, 맛 등을 모방해 자사 제품을 알리는 행위다. 앞서 2018년 출시해 인기를 끈 까르보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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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삼양식품 까르보 불닭볶음면, (우) 팔도 볼케이노 까르보나라 제품의 모습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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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 불닭 인기 부러웠나…포장부터 빼닮았네

10일 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볶음면 신제품 볼케이노 까르보나라를 지난 8일 출시했다. 제품은 부드러운 크림과 화끈한 매운맛의 조화를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볶음양파·마늘로 감칠맛을 극대화하고 숯불그릴향·간장치킨 풍미를 입혔다. 가격은 개당 1600원으로 이미 블로그,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당 제품을 두고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을 따라한 미투 마케팅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같은 맛으로 출시된 데다 봉지 콘셉트도 비슷하다. 분홍색 포장지에 ‘호치’(불닭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닭 캐릭터도 입혔다. 팔도 관계자는 “최근 한국 라면의 중독적 매운맛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을 고려했다”며 “팔도만의 레시피를 적용해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 팔도의 이번 미투 마케팅을 글로벌 볶음면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재 까르보 불닭은 북미 등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익숙한 크림맛에 맵기도 적당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미국 유명 래퍼 카디비 등 해외 인플루언서들도 ‘먹방’을 진행해 인기는 더 높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까르보 불닭의 현지 품귀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힘에 실제 삼양식품의 실적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873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01%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도 4389억원을 기록해 31% 증가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3428억원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비중이 78%에 달했다.

까르보 불닭의 인기가 검증된 만큼 팔도도 미투 제품으로 해외 매출을 크게 늘리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매대에 미투 제품을 배치해 까르보 불닭의 후광 효과를 얻겠다는 노림수다. 품귀 제품인 까르보 불닭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도 젊은 소비층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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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가 지난 2013년 출시했다가 현재는 국내에서 단종된 불낙볶음면의 모습 (사진=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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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해외 매출 절실…리스크 줄이는 모방 전략

팔도 입장에선 최근 1400원대 고환율(원·달러)까지 이어지면서 해외 비중 확대가 더 중요해졌다. 현재 팔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5% 정도다. 간판 제품 ‘도시락’ 등의 제품으로 러시아, 미국, 일본, 대만, 호주 등에 수출 중이지만 추가적인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미투 마케팅이란 비판을 받더라도 불닭을 따라하는 안정적인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팔도의 불닭 미투 마케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출시했다가 현재는 국내에서 단종된 ‘불낙볶음면’이 대표적이다. ‘불판에서 낙지와 함께 볶은 맛’이 콘셉트였지만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모습에 삼양식품이 소송을 걸면서 표절 시비가 붙었다. 당시 ‘심미감과 디자인이 달라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로 최종 팔도의 승리로 끝났다.

이처럼 식품업계의 미투 마케팅은 관례처럼 이어져 온 측면이 크다. 2014년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을 출시해 허니 열풍을 일으키자 당시도 이를 모방한 ‘포카칩 스윗치즈맛’ 등 미투 상품이 봇물을 이뤘다. 라면업계에서도 ‘꼬꼬면’ 같은 흰 국물라면이 인기를 끌자 ‘기스면’ 등 미투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미투 마케팅은 선두업체가 시장에서 얻어낸 인기를 따라가는 것인 만큼 시장분석과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제품의 실패 위험이 낮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미투 마케팅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측면도 있지만 무분별한 베끼기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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