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LA산불 빈집털이범 기승…경제손실 73조, 역대 최대 가능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9일(현지시간) 산불로 인해 폐허로 변한 로스앤젤레스(LA) 이튼 지역.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NN 등에 따르면 9일 오후 9시 기준 LA카운티에선 5건의 대형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 이번 산불로 지역 주민 18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고 최소 10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로버트 루나 LA카운티 보안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정확한 사망자 수를)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산불 잔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망자 수와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가장 불길이 큰 팰리세이즈와 이튼 지역의 진압률은 각각 6%와 0%에 그치고 있다. 두 개의 큰 산불로 인한 소실 규모만 샌프란시스코(121㎢) 면적을 넘어선 약 136㎢에 이른다. 주택과 건물 손실 역시 1만채가 넘는다.

사흘째 계속되는 산불로 대기가 불에 탄 재와 연기로 뒤덮이면서 8일 LA 전역에 발령된 연기주의보(Smoke Advisory)는 10일 오후 5시까지로 연장됐다. LA카운티 보건 담당관 문투 데이비스는 성명을 통해 “연기와 재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일부 지역에는 식수 주의보까지 내려지면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LA 수자원전력국(LADWP)은 팰리세이즈를 비롯해 서부 지역에 ‘끓인 물 사용 권고(Boil Water Notice)’를 내렸다.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 공급 과정에서 상수도 시설에 많은 재가 들어가면서 수질이 낮아졌다면서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생수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중앙일보

화재로 소실된 로스앤젤레스(LA) 이튼 지역의 한 건물.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지에선 주민들이 대피하느라 비어 있는 집을 노린 방화범과 빈집털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사당국은 산불 발생 이후 방화와 약탈 혐의 등으로 용의자들을 잇따라 체포 중이다. 10일 NBC는 이튼 지역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보도하며 담당 경찰관을 인용해 “도난당한 물건 중에는 고급 지갑도 있었다”며 “집에 경보기와 보안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지만, (산불 여파로) 전원이 차단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폐쇄 도로에 인력을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산불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방화를 저질러 주변 나무로 불이 옮겨 붙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도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LA에 사는 유명 팟캐스터인 앤드류 휴버맨은 산불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타모니카에서 일어난 방화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X(옛 트위터)에 9일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놀랍다(wow)”는 반응 등을 남겼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LA에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고, 위반시 최고 6개월의 징역형 또는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의 할리우드 표지판이 연기로 휩싸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액이 역대 산불 중에서 사상 최고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JP모건을 인용해 LA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현재까지 500억 달러(약 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전날 추정치에서 하루만에 두배로 늘어난 규모다. WSJ는 이중 보험사들이 감당해야 할 피해 액수만 200억 달러(약 29조2000억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산불 중에서 현재까지 최고 보험 손실액은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주 산불 당시 125억 달러(약 18조2500억원)이다.

유명인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차남 헌터, 영화배우 앤소니 홉킨스, 힐튼그룹 상속인 패리스 힐튼 등의 자택이 전소됐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게리 홀은 금메달 5개 등 올림픽 메달 10개와 세계 선수권 대회 메달 6개를 모두 불길에 잃어버렸다고 한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180일간 LA 산불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 100%를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방안 등을 담은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