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틀어진 펜스에 손 내밀며 악수
해리스, 바이든 부부와 냉랭 분위기
부시, 오바마 배 두드리며 인사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이 열린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군인들이 성조기에 싸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을 옮기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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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이 9일(현지시간) 엄수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모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더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100세의 나이로 별세한 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이 이날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진행됐다. 성조기에 싸인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운구됐으며, 그 과정은 군악대의 찬송가 연주와 21발의 예포 발사 등 최고 수준의 예우 속에 이뤄졌다.
성당 첫 줄 의자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앉았다. 옆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자리했다.
그 뒷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오바마, 트럼프, 멜라니아 트럼프 순으로 착석했다. 전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렇게 전·현 대통령이 모인 것은 2018년 12월 조지 H.W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은 10분가량의 추도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나에게 인격의 힘을 가르쳐 준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저는 인격이 운명이고, 운명이 인격이라고 믿는다. 이는 국가에도 마찬가지다”면서 “우리는 증오에 안식처를 제공하지 말고, 권력의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카터 전 대통령이 생전에 바이든에 장례식 추도사를 부탁했는데, 바이든의 발언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현재 상황과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듯 보였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그간 트럼프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국장이 시작하기 전에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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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에 트럼프와 오바마가 나란히 앉아 몇 분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등장한 트럼프는 오바마와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미소를 짓는 표정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둘의 오랜 적대 관계로 인해 더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거짓 주장을 했다.
오바마는 2016년, 2020년,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반대 캠페인을 활발히 펼쳤으며,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불량배로 규정했다. 또 2011년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자리했던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은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기로 한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에 앞서 멜라니아 트럼프(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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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또 2016년과 2020년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했고, 2021년에는 관계가 틀어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인사해 이목을 끌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앨 고어 전 부통령 옆에 앉아 있었는데 트럼프가 장례식 전 의자로 들어서자 고어는 일어나 트럼프와 악수했고, 펜스도 뒤이어 일어섰다. 트럼프가 펜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둘은 얼굴에 별다른 표정 없이 악수했고, 펜스는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악수한 후 앉았다. 펜스의 부인은 캐런은 계속 앉아있었고, 트럼프가 남편과 악수한 후에도 인사하지 않았다. 멜라니아가 내민 손에도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첫 임기 때 부통령을 맡은 펜스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도록 압박했지만, 펜스가 이를 거부하며 관계가 틀어졌다. 또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 의사당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일부는 “마이크 펜스를 매달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펜스는 2024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와 잠시 경쟁했지만 사퇴했고, 최종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전·현직 대통령 5명과 부통령들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에 참석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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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면서, 전·현 대통령들에게 인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는 바이든 부부와 인사를 나누지 않았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데일리메일은 “바이든 부부와 해리스 부부는 장례식장에서 서로 눈에 띄게 차갑게 대했다”면서 “네 사람은 나란히 앉았지만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발행된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11월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론 조사를 토대로 보면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바이든과 해리스 부부가 장례식에 참석하기 전에 30분간 이야기를 나눴고, 분위기는 매우 따뜻했다”면서 “장례식 후에는 질과 해리스도 포옹하고 키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좌석에 들어오기 위해 오바마가 그를 위해 일어섰고, 부시는 오바마의 배를 손등으로 빠르게 두드린 순간도 눈길을 끌었다. 더힐은 “두 사람은 전·현직 대통령 그룹에서 가장 친근해 보였다”면서 “이는 미국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순간이다”고 해석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미국 상·하원 의원 등도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역사적 인물들이 성당 의자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인간임을 알 수 있다”면서 “애도의 날에 그들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차려입고 이전 세대의 시금석에 작별 인사를 했으며, 단합과 연속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성조기에 싸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9일(현지시간)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마라나타 침례교회'로 운구돼 개인 예배가 진행됐다. 플레인스(미국)/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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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국장 이후에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다시 운구해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개인 예배를 진행한 이후 자택 앞 가족 묘지의 부인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는 2023년 11월 9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둘은 1946년 결혼했으며 잉꼬부부로 유명했다. 부부는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뒀다.
[이투데이/이진영 기자 (min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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