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따른 재분배 노선을 놓고 쟁탈전에 돌입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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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업계 1위'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패권경쟁 속에서 손발이 묶였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운신의 폭이 좁아지며 자칫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따른 재분배 노선을 놓고 쟁탈전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는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과점을 방지하고자 점유율 50%가 넘는 중복 노선의 운수권·슬롯을 재배분해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LCC에 우선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항공사가 운항하는 국제선 65개 중 26개, 국내선 22개 중 8개가 대상이다. 주요 노선으로는 중국(장자제, 시안, 베이징, 상하이 등), 일본(나고야, 오사카, 삿포로),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태국(푸껫), 호주(시드니) 등이 꼽힌다.
이들 노선 모두 국내에서 관광·비즈니스 탑승객 수요가 많아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해당 노선의 매출 규모를 합산하면 약 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노선 재배분으로 국내 LCC 사업재편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재배분되는 물량을 얼마나 따내느냐에 따라 언제든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일찌감치 유럽·미주 노선을 이관받은 상황에서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수혜가 기대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사는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예상치 못한 'LCC 최초' 인명사고로 노선 배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면서 수혜는커녕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부 '운수권배분규칙'에 따르면 노선 배분을 위한 항공사 평가 항목은 △안전성(35점) △이용편의성(20점) △항공산업경쟁력강화(25점) △국가정책기여도(20점) △인천공항환승기여도(10점)로 총 110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비중이 가장 높은 '안전성 평가'는 최근 3년 사이 항공기 사고와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를 반영해 정량 평가한다. 국내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업계 내에서는 제주항공이 받는 배분 규모가 작거나 혹은 애초에 배분을 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운수권과 슬롯을 확보해 외형을 키우려던 제주항공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통합 LCC 출범으로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노선 재분배에서 '반사이익'을 받는 경쟁사들을 경계해야하는 처지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정통 LCC'로서 단일 기종,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과 운항 효율성 제고 등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특화 노선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성 이슈로 제주항공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다수 운항하고 있는데다, 중복노선이 대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이 굳이 제주항공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노선 재분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경쟁자만 늘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 하루 여객 수는 지난달 29일 5만755명에서 지난 2일 기준 3만2091명으로 무안공항 참사 이후 37% 급감했다. 신뢰 하락에 따라 제주항공 기피 현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이 자발적으로 1분기 운항 횟수를 10~15%가량 줄인다고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이용 여객 수송 실적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감편 운항으로 인해서 저희들이 줄어들게 되는 매출 등을 지금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약속드린 대로 운항 안전성을 고려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운항 정지 리스크도 악재다. 향후 항공 참사 책임 소재에 따라 정부가 운항 정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사의 고의나 중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망자와 재산상 손실에 따라 운항 정지 기간이 결정되는데, 이번 사건은 150일 이상, 180일 미만의 운항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주항공이 사업 재편이나 노선 재분배 등 중장기 계획에 대해 고심할 때가 아니다"라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고 최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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