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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내 눈사람에 누군가 니킥" 분통…테러범은 변태?[샷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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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건의 집현전] < 29 > 배덕감: 도덕에 반하는 행위를 하며 느끼는 희열

[편집자주]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머니투데이

최근 전국 곳곳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빙판길과 추위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오랜만에 펑펑 내린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재미를 찾기도 합니다. 눈사람을 만들며 가족과 친구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밋밋한 눈사람에 목도리와 장갑을 씌워 완성도를 높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누군가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 눈사람을 '테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취객도 아닌데 눈사람에 달려들어 사커킥, 니킥 가리지 않고 날립니다. 이처럼 남들의 노력을 비웃듯 파괴적인 행동을 하며 희열을 느끼는 이들의 행동 원인을 배덕감으로 보기도 합니다.

배덕감은 원래 우리말에는 없는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말 그대로 도덕을 어기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죄책감과 다른 점은, 배덕감은 '희열'을 동반하는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배덕감은 원래 일본에서도 서브컬처(오타쿠) 문화에서 주로 쓰이던 용어였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일본식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일부 웹소설이나 장르문학의 일종인 라이트노벨에서 쓰이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트노벨 등에서는 '불륜'이라거나 '변태행위'를 한 뒤에 느끼는 쾌감을 배덕감이라고 표현합니다. 다만 의미가 확산되면서 꼭 도덕적인 위반만을 뜻하진 않게 됐습니다. 규율이나 사회적 관습, 약속 등을 가볍게 어기면서 느끼는 해방감까지도 포괄적으로 표현합니다. 시험기간에 PC방에 간다거나, 다이어트하던 도중 야식으로 치킨 2마리를 시켜먹으면서 '배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가볍게 쓰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내 발자국을 남긴다거나, 새 차를 구매한 친구의 차량 내부 비닐을 허락도 없이 먼저 뜯어버리는 행위를 하면서 '배덕감'을 이야기합니다. 비록 배덕감의 의미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잘못된 행위를 하면서 응당 가져야 할 죄책감까지 자칫 가벼운 배덕감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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