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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손수조의 '여담'] "협상의 정치는 배신? '막말의 검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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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진 2일 오후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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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손수조 칼럼니스트] "광장(콜로세움)은 이미 친윤 vs 반윤 둘로 갈라졌고, 각 진영의 검투사(국회의원)들은 ‘사형’을 운운하며 막말의 검투를 시작했네."

"고대 로마의 글래디에이터들이 잔인한 검투로 콜로세움의 대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 것처럼, 양 극단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진 현 정치 환경에서 정치인들은 막말로 자기 진영의 세력을 결집시키고 분노를 자극하고 있어."

"링 위에 상대가 있는 싸움이니, 상대의 자극에 더 큰 자극이 있어야만 대중이 열광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지.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의 막말 수준은 도를 넘었던 적이 많아. 지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와 관련, 한 국회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한덕수 진짜 개xx이네"라고 올렸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으로 정국이 떠들썩했을 때 한 의원은 여사를 빗대 ‘살인자’라고 했지."

"지지자들은 환호했지. 나를 대신해서 시원하게 욕 해주는 막말 검투사들을 지지하고 더불어서 함께 상대를 욕하고 능멸하고 조롱하며, 현대판 디지털 콜로세움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인 상에서 그리고 실제 오프라인 광장에서 결집하고 분노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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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많은 시민이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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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은 점점 더 잘 싸우는 검투사를 원하기 시작했어. 타협과 협상의 정치는 ‘배신’으로 낙인찍고 용도 폐기 해버렸어. 이 분노의 정치에 가장 득을 보는 이는 누굴까? 가장 자극적으로 잘 싸우는 냉혈한 글래디에이터겠지. 그 분노의 집결로 왕이 되는 자. 그 분노의 힘으로 왕이 된 자는 절대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못하고, 그 분노의 정치를 이어가게 될거야"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의 광장 ‘아고라’를 기대했던 시민은 콜로세움의 검투장 같은 현시대의 정치에 극혐오를 드러내고 있지. 하지만 이 체제와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선택권은 없어. 두 검투사 중 하나를 선택하든지 아니면 시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수밖에. 그 분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잘 잡고 서 있는 것만 해도 참 힘들지"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꿔야 해. 개헌 이야기는 나오다가 요즘 또 왜 잠잠하지?"

"차기 권력자 1순위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개헌할 때가 아니다’ 잘라버렸지. 본인이 이 콜로세움의 대중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왕이 될 텐데, 왜 게임의 룰을 바꾸겠어? 현 권력자는 이재명이 아닌 그 누구도 현재의 체제와 시스템을 바꾸기 힘들지. 이제껏 개헌 논의는 늘 있었지만 그 어떤 권력자도 이루지 못했어. 윤석열 대통령도 ‘개헌’이 아닌 ‘계엄’을 선택했지. 하지만 이 광장의 영광을 지나쳐간 원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게임의 룰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지."

"한동안 여의도 콜로세움의 피 튀기는 막말 검투는 이어지겠구나. 현 기득권자들이 체제의 개선 보다는 눈 앞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우선일테니."

"분명한 것은 언어폭력도 폭력이라는 거야. 창과 칼로 찌르듯 상대를 말로 찌르며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를 우리는 보고 있어. 2012년 국회는 선진화법을 제정하며, 물리적 충돌 등 폭력적 상황을 지양하는 법적 제도를 만들었지만 언어폭력도 그 못지않은 폐해를 낳고 있지. 서로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주고 인신공격한 상흔은 고스란히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감정적인 상처와 정신적인 상흔으로 남는다는 것. 절대 한 번의 배설처럼 그저 내지르고 말면 그만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 또다시 지난한 노력 들이 앞으로 필요하겠지. 아니면 스파르타쿠스같은 무사가 나타나 이 광장을 뒤엎고 게임의 룰을 바꿔주길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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