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죽음에 억울함 없게 하겠다”…항명 혐의 박정훈 해병대 대령 1심서 무죄

軍법원 “경찰 이첩 적법행위”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무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1.9 [사진 = 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조사와 관련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군사법원이 9일 무죄를 선고했다.

박 대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 대령은 지난 2023년 7월 수해 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도중 발생한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 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을 어겼다는 혐의 등으로 같은 해 10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록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할 것을 명령할 권한은 (김 전 사령관에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조사 기록을 바로 경찰에 넘길 수 있도록 지휘·감독할 법적 권한과 의무가 김 전 사령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이 경북경찰청에 사건 조사 기록을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른 적법 행위였고, 오히려 이를 중단시키려 했던 김 전 사령관의 명령이 부당했다는 판단인 셈이다.

재판부는 이날 박 대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발언을 왜곡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군검찰의 기소 내용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정훈 대령(오른쪽)이 9일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어머니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판결로 인해 채상병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도 있다. 이날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 안팎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축하 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도 있었다. 박 대령은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어머니와 껴안고 기쁨을 나눴다.

박 대령은 공판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성원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지혜롭고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려준 군판사들에게 경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기도 하고 험하기도 할 것”이라면서도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니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면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시작된 박 대령 1심 재판은 작년 11월 21일 결심공판 때까지 총 10차례 공판을 거쳤다. 공판에는 이 전 장관과 김 전 해병대사령관 등 사건과 관련한 국방부와 해병대 주요 직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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