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야심 놓고 여론 갈려
자치 방해한 덴마크에 분노
강대국 협력 주장하는 이도
에릭 옌센 그린란드 재정세무장관(왼쪽)과 니콜라이 밤멘 덴마크 재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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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심을 드러내자 그린란드 주민들은 분노와 호기심이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매체인 KNR 보도에 따르면 그린란드에 대한 이해나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경제적 이익만 염두에 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다수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옌스 대니얼스는 KNR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관심을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그린란드 인구는 10만명도 채 되지 않아(약 5만6000명), 그린란드어가 소멸할까 걱정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오직 이익에만 근거해 우라늄과 광물 자원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어와 언어체계가 완전히 다르며 서유럽과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지만, 이는 덴마크가 아니라 그린란드 자치정부와 주민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 약 300년 동안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던 그린란드는 2009년 제정된 자치정부법을 통해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이양받았다. 자치정부법에 따라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매입 뜻만 밝힐 뿐, 그린란드 독립을 전제로 한 계획이나 원주민 이누이트족의 문화 보존에 대한 정책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마크 보아센은 KNR에 “그린란드가 독립하는 것을 보고 싶다. 미국과 덴마크 둘 다 필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원주민 차별과 그린란드 자치권 발전 저해를 초래한 덴마크보다는 미국 관할 아래 놓이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옌스 오스터만은 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강대국과 협력해야 한다”며 “왜냐면 그린란드는 부유한 나라이고, 우리에겐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7일 수도 누크를 방문하자 일부 시민들은 그를 환영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을 상징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공항에 나왔다. 현지 일간 세르미치악은 “트럼프 주니어를 향한 따뜻하지만, 조심스러운 환영”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를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와 사진을 찍은 말로 라이머는 “덴마크가 우리를 어떻게 대했는지 안다면, 미국과 협력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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