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악화·정책 실패·병충해 '삼중고'
코트디부아르·가나에선 재배 포기까지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아프리카 카카오 재배 농민들의 실정을 알렸다. WSJ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미터톤(metric ton)당 1만256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코아 가격 상승률은 178%로, 122% 급등한 비트코인보다도 높았다.
코코아.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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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생산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2%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가나의 코코아 생산량 또한 같은 기간 27% 감소했다.
코코아 재배 농가는 기상 악화와 정부의 지원 정책 실패, 병충해 확산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데, 특히 고정 가격제 등 정부 정책 탓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고정 가격제의 도입 목적은 불안정한 가격 변동으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가격이 폭등하자 정작 농민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코코아를 미리 수매한 정부만 횡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농부들은 더 많은 코코아를 재배하기 위해 숲을 벌목하고 코코아나무를 심기도 했지만, 세계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유럽연합(EU)의 새 법 때문에 코코아 농장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더구나 기존 농장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오래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무를 베어내고 새 나무를 심을 경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일부 농민들은 아예 코코아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로 갈아타거나 양계 농장 운영 등 새로운 방도를 모색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국내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리온은 지난달 1일부터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으며, 초코송이와 비쵸비는 가격을 20%나 올렸다. 해태제과도 같은 날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이에 앞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렸다.
이상기후로 가격이 오른 것은 코코아뿐이 아니다. 식품·제과업계에서 과자류, 라면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팜유 가격도 평년보다 21% 올랐고, 아라비카 커피 가격도 평년 가격의 2배를 넘어섰다. 올리브유 또한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의 가뭄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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