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강신욱(왼쪽) 단국대 명예교수와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나루 호텔에서 열린 후보 단일화를 위한 4자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12.17.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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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로 예정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반(反)이기흥' 표심이 어느 후보에 쏠릴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기흥 후보를 포함해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단일화를 전제로 한 반이기흥 연대의 성사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따라서 다자 구도로 이뤄지는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의 3연임에 반대하는 표심의 향방이 이번 선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 차례 예정됐던 공개 토론회도 일부 후보의 반대로 한차례 개최로 끝났다. 그만큼 후보간 경쟁과 반목도 심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군소 후보간 경쟁 속에서 이미 투표권자들에 대한 기득권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도 많다.
특히 두 차례 약 10년간 회장직을 맡아 온 이 후보가 각 종목단체와 시도체육회 내에 사실상 심복을 많이 심어놓았다는 분석도 체육계의 일반적인 얘기다. 하지만 연임을 해오면서 '체육계 황제'로 군림해 왔던 이기흥 체제에 반감을 갖던 '반이기흥' 정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선거는 체육계의 '반이기흥' 정서가 투표인단의 투심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반이기흥' 표심을 투표로 받아낼 수 있는 후보가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의 집중 포화를 맞았던 이 후보는 오히려 선거기간에 돌입해선 상대적으로 느긋한 상황이다.
종목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계엄에 이은 탄핵사태로 정부가 힘을 잃은 것도 이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다"라며 "반이기흥 후보들이 단일화에 나섰으면 모를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우세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체육계에선 투표인단 2244명이 대부분 종목·연맹단체나 시도체육회 임원이란 점에서 이 후보가 유리한 상황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6년부터 체육회장을 맡아오면서 각 단체 사무국 등에 이 후보 인맥이 포진해 있고, 시도체육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서 '이기흥 때리기'가 계속 됐던 것과는 무관하게 체육계 내부 논리로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각 체육 단체 임원들 중심으로 투표인단이 꾸려져 있어 기본적으로 현 회장인 이 후보가 유리한 형국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한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및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24.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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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1차 토론회에선 이 후보를 향한 공격이 예상보단 약했다. 실제 지난 4일 토론회에선 이 후보를 향한 공격은 다소 약했고, 타 후보들끼리의 설전이 이어졌다.
후보로 나선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승민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강 후보는 이기흥 후보의 도덕성 논란을 지적하면서도 유승민 후보의 후원금 '페이백'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앞서 유 후보는 대한탁구협회 회장 재임시 후원금을 유치하면서 스스로 환급을 받았다는 '페이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유 후보가 젊은 후보라는 점과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앞세우고 있지만, 후원금 논란에서 보여준 태도는 과거의 비윤리적 행위를 인정하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며 "국민적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체육계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고 질타했다.
앞서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기흥 후보에 대해선 사퇴요구를 했던 강태선 후보(서울시체육회장·BYN블랙야크그룹 회장)도 "부당한 대표선수 선발, 후원금 인센티브, 회계부정 등 6건에 대해 유 후보가 스포츠윤리센터의 직권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당당하고 분명히 체육계와 선거인단에게 책임을 다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IOC 위원이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26.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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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백 논란이 거세지자 유 후보 캠프에선 9일 입장문을 통해 "대한탁구협회장 시절이던 2021~2024년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유치하고도 인센티브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 측은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네거티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반이기흥 연대가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에서 각 후보들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1985년생으로 가장 젊은 후보인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회장은 '체육계 비위 발본색원'을 내세우며 체육계의 대국민 신뢰회복을 공약했다. 아울러 체육회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현재 2300여명에 불과한 선거인단을 10배로 키워 2만3000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사실상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체육회장 선거가 투명하게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지난 국감 문화체육관광위에 직접 출석해 이기흥 체제의 체육회 행정 난맥상을 직접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받은 바 있다.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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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는 이기흥, 유승민, 강신욱, 강태선, 오주영, 김용주 후보가 출마한 상황이다. 다자 후보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3연임에 도전한 이 후보 외에는 탁구 레전드 출신 유 후보가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체육회 선거의 폐쇄적인 특성상 대중 인지도와 득표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표권을 갖는 선거인단은 일반인이 아니라 각 종목단체와 시도회 임원과 선수 중에서도 오랜 기간 해당 단체에서 활동해온 이들이여서다. 따라서 투표 결과는 오히려 의외로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장직을 이어 온 이 후보에 우호적인 이들이 종목단체와 시도회 내에 적지 않지만 반대로 '반이기흥' 정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과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이기흥' 표가 어디로 몰릴 지는 결국 투표함을 열어 보아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체육계 인사들도 쉽게 어느 후보의 당선을 점칠 수 없는 게 이번 선거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등 체육회 대의원 11명과 강신욱 후보 측은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상태다. 150분에 불과한 투표시간과 불투명한 선거시스템을 문제삼고 있다. 앞서 법원은 비슷한 사유로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가처분을 신청했던 허정무 후보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 선거는 8일 예정된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23일로 미뤄진 바 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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