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이슈 해외 스타 소식

'통제불능 확산' 美 LA 산불, 여의도 38배 면적 잿더미… "종말론적 풍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산불 지역 3곳→7곳... ‘선셋 파이어’ 명명
“짙은 연기에 화염… 전쟁터나 다름없어”
최소 5명 사망·15만 명 대피… “재앙 수준”
강풍에 고전… 화재 진압률 ‘0%’ 지역까지
바이든 아들·패리스 힐튼 저택도 불에 타
“극단적 재난 준비 안 돼 피해 급증” 지적
한국일보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퍼시픽팰리세이즈 지역 주택가에서 한 소방관이 산불로 인해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일대를 덮친 산불이 사흘째 맹렬히 확산하고 있다. 강풍이 불씨를 퍼뜨리며 화재 규모가 급속히 커졌으나, 진압률은 '0%'에 가까운 무력한 상황만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례 없는 화마(火魔)에 건물 1,000채 이상이 불탔고, LA 관광 명소인 할리우드의 문화 시설들도 소실 위기에 처했다. "종말론적 풍경"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최소 5명 사망… 할리우드 명소까지 위협

한국일보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명소인 할리우드힐스에서 소방헬리콥터가 산불로 인해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0시 30분 기준 LA 산불 지역은 7곳으로 늘어났다. 7일 오전 첫 화재가 발생했던 퍼시픽팰리세이즈, 이튼, 허스트는 각각 69㎢, 43㎢, 3.4㎢ 면적이 불길에 휩싸였다. 8일 오전부터는 △우들리(0.12㎢) △올리바스(0.05㎢) △리디아(1.4㎢) △선셋(0.2㎢)에도 불씨가 옮겨갔다. 총 소실 면적은 약 112㎢으로 전날(17.8㎢)보다 6배 이상이 잿더미로 변했다. 서울 여의도의(약 2.9㎢)의 38배다.

'선셋 파이어(Sunset Fire)'로 명명된 이번 산불에 LA는 재앙을 맞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하늘이 짙은 연기로 뒤덮이고, 일부 지역에선 거센 불길이 치솟는다"며 "곳곳에서 '펑펑' 소리가 들려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화재가 민가를 위협하면서 고속도로엔 대피 행렬이 장사진을 쳤다.

인명·재산 피해도 불어나는 중이다. 최소 5명 사망이 확인됐고 다수가 부상했는데, 현재로선 정확한 사상자 집계조차 불가능하다. 퍼시픽팰리세이즈(6만 명)와 이튼(7만 명)을 비롯, 주민15만 명을 상대로 대피령이 떨어졌다. 불에 탄 건물 수는 2008년 LA 실마 화재(주택 600여 채)를 훌쩍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재산 피해액이 최대 570억 달러(약 82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길은 LA의 대표적 명소인 할리우드 시설물에도 번질 기세다. AP통신은 "'할리우드 사인' 간판, 그리피스천문대, TCL차이니즈극장, 마담투소박물관 등 상징적 장소들도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힐튼그룹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과 할리우드 배우 마일스 텔러, 앤서니 홉킨스 등의 호화 주택도 불에 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말리부 자택(420만 달러 상당) 또한 전소됐다고 한다.

진화는 언제쯤...

한국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알타데나 북부 산지의 이튼 지역이 8일 불타고 있다. 미국 민간 인공위성 기업인 막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대 고민은 산불 진압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LA 소방 당국은 퍼시픽팰리세이즈·이튼·선셋 지역의 화재 진압률이 사실상 '0%'라고 밝혔다. 이 시기 LA에 부는 건조한 돌풍, 이른바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애나 때문에 진화보다 산불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른 탓이다. CNN은 "퍼시픽펠리세이즈에서는 30분 만에 불길이 16.8㎢ 면적을 집어삼키기도 했다"며 "소방관들이 지쳐 있다"고 보도했다. 리디아·허스트의 진압률은 각각 40%, 10%지만 확산세가 강한 건 마찬가지다. 우들리 화재만 100% 진압됐다.

지역 화재 진압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재난'에 압도되는 모습도 드러났다. 지난해 봄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이상 가뭄'이 이번 산불 피해를 키웠는데, 통상적인 산불 규모에 맞춰 설계된 수자원 체계의 마비 사태다. 퍼시픽팰리세이즈 고지대 소화전이 수요 급증에 따른 수압 감소 탓에 저수지 물을 끌어오지 못하며 초기 진화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니세 키뇨네스 LA수도전력국장은 "LA 수도망은 극단적 산불 진화에 맞춰 설계되지 않았다"며 "'기후 회복력'을 갖춘 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용 자원은 총동원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은 최소 7,500명 인력을 투입했고, 주방위군도 동원됐다. 말라붙은 소화전 물탱크를 채우기 위해 급수차 140대도 투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LA 산타모니카 소방서를 방문해 산불 진압 상황을 보고받고 캘리포니아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오리건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등 인근 주에서도 소방 인력·자원을 지원했다.

강풍이 다소 가라앉은 점은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7일 최고 시속 160㎞를 웃돈 풍속이 8일에는 80∼96㎞로 줄었다고 밝혔다. 헬리콥터·비행기를 동원한 진화 작업도 8일 오전 시작됐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