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정책 동력 상실 등 의문도
"기관투자가 적극 참여로 거버넌스 개편해야"
"기업별 맞춤 지원으로 주주환원 확대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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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밸류업에 참여한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오르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된다.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업 거버넌스 개편과 기업별 맞춤형 인센티브로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해야 장기적인 밸류업 안착이 가능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효성티앤씨, 코웨이 등 2개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했다. 두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 후 1분기 중에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공시 참여도는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5월 말 밸류업 공시가 시행된 이후 상장사 102개사가 밸류업 공시(본공시·예고공시)를 했는데 코스피에서는 해당하는 85개사, 코스닥에서는 17개사가 참여했다. 각각 시총의 42%, 2%에 그친다.
다만 밸류업에 참여한 기업일수록 주가 수익률이 좋다는 결과도 있다. 거래소는 이날 코스피 본공시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4.9% 상승하며 코스피지수 수익률(-9.6%)를 웃돌고 코스닥 본공시 기업 수익률도 -9.4%로 코스닥지수 수익률(-21.7%) 대비 낙폭이 적었다고 밝혔다.
개선된 주가 수익률에도 당장 많은 기업이 밸류업에 나서기에는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계엄사태 이후 한국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이 밸류업 한다고 주가가 살아나겠냐는 의문이 첫 번째 위기다. 밸류업을 추진했던 윤석열 정부가 탄핵 정국에 휩싸이면서 정책의 동력 상실 우려도 상존한다.
특히 기업 참여를 이끌기 위한 세제지원 등의 논의는 아직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개인투자자에 대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등 세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밸류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도입을 골자로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고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밸류업 참여 요구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떤 정파가 집권하더라도 밸류업 정책의 승계는 불가피하다"며 "한국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개편과 함께 인센티브 확대 등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거버넌스 개편으로 주주들에게 충실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확실한 인센티브로 참여 유인을 이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밸류업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일본은 지난해 닛케이지수가 39만 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2014년부터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중장기적으로 펼쳤다. 중앙은행과 연기금(GPIF)이 자국 주식 보유를 확대하면서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고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목표로 상장유지 조건을 강화하면서다.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촉구하고 투자수익을 올리는 한편 상장기업은 거버넌스코드 이행을 통해 기업 활동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더 많은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자본연은 거버넌스 개혁의 성과가 지배구조 개선, 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상장기업들은 지배주주의 실질 지배력이 높은 가운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불일치되는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이사가 충실의무와 주의의무 등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사례를 참고해 자본시장에서 신뢰할 만한 장기 투자자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유인부합적인 세제 개선을 통해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인센티브로 밸류업 참여 유인을 끌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실장은 "한국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러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기업의 성장 단계, 산업 특성, 자본비용 등을 고려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투데이/김효숙 기자 (ssoo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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