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국회, 제왕적 대통령 권력 차지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다당제로 가는 선거구제 개편 시급"
NEAR재단(동북아시아연구재단)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87년 헌정 체제의 창조적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인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 '1987년 체제'의 한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치·법조 전문가들이 다양한 개헌 방안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한 명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NEAR재단(동북아시아연구재단)이 주최한 '87년 헌정 체제의 창조적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대통령제가 내포하는 정치적 의미는 그것이 승자독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규칙을 통해 제로섬 게임이라는 강한 요소를 민주 정치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제로섬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다른 생각이나 이념 지향점이 있더라도 그런 차이를 넘어 하나로 결집하는 게 승리에 유리하다"며 "이런 특성이 정당체계를 양당제로 이끌고 있고, 대립과 교착의 정치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1인 선거구제 역시 양당제의 중요한 제도적 기반으로, 통치 구조 개혁과 함께 우선은 다당제로가 가능한 형태로의 선거제도 개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극화로 인해 자기 편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정치'에서 벗어나려면 다당 간 경쟁이 가능한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987년 개헌은 '대통령 직선제' 하나에 집중해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앞으로의 개헌 방향이 내각제냐 대통령제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대통령 1명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한국형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NEAR재단(동북아시아연구재단)이 주최한 '87년 헌정 체제의 창조적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통령의 권력이 사실상 삼권 분립을 넘어서고 있다"며 "대통령의 권력이 정부 내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인 법원, 헌법재판소에도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영향력은 여당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 총리·장관 등 임명권을 통해 나타난다"며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은 수뇌부에 대한 임명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우윤근 단국대 석좌교수(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고 있다"며 "선거구제 개편과 아울러 극단적 정쟁만을 유발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하루 속히 폐지하고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분산하는 분권형 개헌 또는 내각제 개헌이 정치 개혁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NEAR재단(동북아시아연구재단)이 주최한 '87년 헌정 체제의 창조적 혁신을 위한 토론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행 87 체제가 40년 가까이 진행돼왔다"면서 "그동안 노무현-박근혜-윤석열 정권이 (탄핵안이 통과된 게) 모두 집권 중 총선에서 실패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87 체제의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사법부 인사에 있어서 대통령 권한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소장은 국회의 3분의 1의 찬성을 받지 않으면 임명이 되지 않게 하라는 것"이라며 "독일 같은 경우는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가 12년 단임제로 국회의 3분의 1을 얻지 못하면 임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 권한을 삭제하는 그런 노력은 제가 보기엔 개헌 주체가 없기 때문에 쉽게 되겠느냐 봤을 때 저는 믿지 않는다"며 "대통령 선거가 올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새롭게 대통령으로 출발하는 사람은 현 국회 임기 내에 개헌하겠다고 약속하는 자세가 아닌 한 개헌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하는 형태의 '이원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가 공통 거론됐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고,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정부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또 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다당제 확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87년 체제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4·13 간선제 호헌 조치에 맞서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6월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가 6·29 선언에서 개헌을 약속했고, 이후 9차 개헌을 통해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