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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계엄 여파 속 박정훈 ‘항명 무죄’…“정의로운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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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 이첩 중단 명령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무죄

비상계엄·탄핵정국 혼돈 속 무죄 선고 결과 주목

헤럴드경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심 선고를 앞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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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19일 당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항명했다는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기소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에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처럼 발언을 왜곡했다며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적용했다.

군사법원 재판부는 김계환 전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하기 보다는 박 대령 등과 기록 이첩 시기와 방법을 놓고 회의와 토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확한 이첩 보류 명령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해병대수사단이 기록 이첩에 나선 이후에야 김 전 사령관이 이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고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첩 중단 명령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지체 없이 민간 수사기관에 조사 기록을 이첩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김 전 사령관이 이첩 중단을 명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이첩 중단 명령은 특별한 이유가 없고 단지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해병대사령관이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하게 된 동기와 목적, 국방부 장관 지시의 의도, 방법 등에 비춰볼 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우선 구체적인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고, 이첩이 진행될 때 중단하라는 명령이 있었지만 정당한 명령이 아니기 때문에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 발언이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 대령 측이 주장해온 ‘VIP 격노설’ 등 외압 의혹에 대해선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김 전 사령관의 이첩 중단 명령에 대해 사실상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뒤따른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에게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면서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함으로써 군 지휘체계와 기강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에 박 대령 측은 불법적 외압이 실제했으며 김 전 사령관의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고 명령이 있었더라도 외압에 의한 정당하지 못한 명령이라고 맞섰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와 탄핵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군 내에서는 위헌·위법 논란을 야기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수뇌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있어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박 대령의 재판 결과에 큰 관심이 쏠렸다.

박 대령은 무죄 선고 뒤 “지혜롭고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려준 군판사들에게 경의를 보낸다”며 “오늘의 정의로운 재판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성원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채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기키 위해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기도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저는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선고 공판을 지켜본 박 대령의 모친 김봉순 여사는 “앉아 있는데 몸이 공중에 뜨는 심정이었다”며 “채 상병 가족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버텼다. 숱하게 고생했지만 오늘의 좋은 결과가 모든 보상을 해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사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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