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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반도체 무기화' 나서는 美, 전 세계 AI 칩 수출 통제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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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정부, 이르면 10일에 AI 반도체 수출 통제 계획 발표 가능성
우호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AI 반도체 수출량 제한
韓은 지금처럼 무제한 구입 가능할 듯
세계 AI 반도체 석권한 美, 우호국 중심의 AI 생태계 구축 노력
정작 관련 기업들은 수출길 막히자 반발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지난 2022년 11월 29일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의 SK실트론 CSS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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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임기 내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전략 자원으로 간주하고, 중국 등 사실상 적대 국가에 팔지 않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약 열흘 남기고 새로운 수출 통제 정책을 내놓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이든은 중국을 포함해 해외 모든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분류하여 우호도에 따라 AI 반도체 판매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야후파이낸스를 비롯한 미국 매체들은 8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 단위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 계획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10일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적인 AI 개발이 미국의 우호국에서 진행되고, 각국의 기업들이 미국의 규범에 따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의 데이터센터에서 AI 개발 및 구동을 위해 사용되는 미국산 AI 반도체 판매에 제동을 걸 계획이다.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첨단 AI 반도체들이 주로 미국 기업의 설계를 바탕으로 대만 등에서 생산된다. 바이든 정부가 생각하는 '미국산'의 기준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지난해 6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관련해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의 70~95%를 차지한다고 평가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을 미국과 우호도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눌 계획이다. 미국과 가장 친한 1등급 국가 명단에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동맹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1등급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지금처럼 별다른 제한 없이 미국의 AI 반도체를 살 수 있다.

반대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를 비롯해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은 3등급 명단에 몰려 있다. 이들 3등급 국가들은 실질적으로 미국 AI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다. 나머지 국가들은 2등급으로 분류된다.

2등급에 속한 국가들은 나라마다 배정된 연산력 합계만큼 미국 반도체를 살 수 있다. 관계자는 2등급 국가가 미국이 요구하는 안보 조건 혹은 인권 기준에 동의한다면 정해진 상한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를 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새로운 규제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다. VEU는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3년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예외를 허용할 때 VEU 규정을 활용했다.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수출 통제를 이용해 안전한 환경에서 AI를 개발 및 사용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및 기업 집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AI 반도체와 관련해 3차에 걸쳐 중국을 집중 공격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에 미국 기업이 첨단 AI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은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AI 반도체를 따로 만들어 수출했으나 그마저도 2023년 10월에 막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약 140개 중국 기업을 골라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기업이 AI 반도체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해당 기업에 팔지 못하게 규제했다.

중국에 이어 수출길이 더욱 좁아지게 된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회의적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세계 대부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막판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 대형 IT 기업들의 정치권 로비단체인 정보기술산업협회(ITI)의 제이슨 옥스먼 회장은 7일 미국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AI 반도체 규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옥스먼은 규제가 추가될 경우 외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의 매출을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AI 생태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잃는다면 미래에 이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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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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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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