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美보조금 받고도…'배터리 맏형' LG엔솔, 3년 만에 분기 적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다. 연간 매출액은 분사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진 영향이 크다. 이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9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줄었고, 영업손실을 내면서 3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3분기(영업손실 3718억원) 이후 첫 적자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분기 적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한 2023년 1분기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고도 적자를 면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AMPC 금액(3773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손실은 6028억원으로 불어난다.

연간 매출도 2020년 LG화학에서 분사해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2021년 17조8519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은 2022년 25조5985억원, 2023년 33조7455억원 등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25조61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 줄었다. 영업이익은 73.4% 감소한 57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실적 부진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길어지며 좀체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실적에서 AMPC 효과를 걷어내면 1분기부터 줄곧 적자다. 업계에선 ▶고객사의 연말 재고 조정에 따른 물량 감소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영향 ▶고정비 부담 증가 ▶연말 일부 불용 재고 처리 등 요인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 배터리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수직계열화한 비야디(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을 침식한 영향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3사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떨어진 19.8%를 기록했다. 반면 CATL과 BYD 점유율은 같은 기간 52.1%에서 53.9%로 올랐다.

특히 오는 20일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전사 차원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친환경과 에너지 정책 변화 등으로 발생한 단기적 위기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고, 2026년 이후로 예상되는 회복기엔 누구보다 빨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비용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 사업 부문의 추가 수주를 통한 매출 확대, 글로벌 생산공장 호환성 강화와 매각을 통한 자산 효율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현재의 위기는 일시적이며 더 큰 도약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 ▶미래 기술·사업 모델 혁신 등 4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