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이상 초고령 110만명
의료·돌봄 인프라 고도화 필요
‘老老-케어’ 대안으로 주목
작년 12월 23일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했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자라는 의미이며, 2025년은 초고령사회의 원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전대미답(前代未踏)의 현실 속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고령자의 초고령화’ 현상이다. 단순히 고령자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넘어 고령자 가운데도 더욱 나이 든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85세를 넘기는 사람을 ‘초고령자(超高齡者)’라고 한다. 특히, 의료 및 복지 서비스에서는 85세 이상 연령층을 별도로 분류해 그에 맞는 지원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는 노화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가 일반적인 고령층보다 더욱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110만3000명으로 전체 고령인구의 약 10.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0년(36만6600명) 대비 20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추세라면 2050년에는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428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2050년 우리나라 총인구(4711만명)의 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고령자의 초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단순히 ‘고령자 지원’을 넘어, 초고령층에 특화된 의료·복지 정책과 맞춤형 서비스를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초고령자의 증가는 의료비 지출, 장기요양 및 돌봄 서비스 수요, 복지시설 이용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크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의료·돌봄 인프라의 확충과 고도화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신체적 기능 저하뿐 아니라,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의 위험성이 커진다. 기존의 병원 중심 치료체계만으로는 이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생활환경과 가까운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 체계가 확립돼야 하는 이유다.
커뮤니티 케어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돌봄을 가족이나 공적 부문이 전담하기에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노노(老老)-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방식의 케어)’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노-케어는 활동이 상대적으로 가능한 ‘전기 고령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취약한 초고령자에게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식사 준비, 간단한 가사일 도움, 말벗, 외출 보조 등 비교적 가벼운 돌봄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돌보는 쪽의 고령자도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얻고, 돌봄을 받는 초고령자는 보다 편안하고 친밀한 지원을 받게 된다. 같은 세대(同世代) 특유의 공감대가 형성돼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노노케어가 모든 초고령자의 의료·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는 아니다. 고도의 전문적 의료서비스나 중증 장애·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집중 케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전문 인력과 시설이 필수적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 원년’은 이미 예고됐던 현실이지만, 연령층 구조가 85세 이상 고령층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은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초고령자의 증가는 우리 사회가 돌봄의 주체와 방식을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재정립할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령자 개인의 능동적 참여와 상호부조(相互扶助)를 활성화하고, 정부·민간·지역사회 간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초고령층에 대한 의료·돌봄 체계는 한층 더 촘촘해지고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서용석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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