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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패리스 힐튼 집도 불탔다…LA 최악 산불, 이재민 15만명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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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집이 불에 타고 대피 행렬에 동참한 가수 겸 배우 맨디 무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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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최악의 대형 산불이 나 8일(현지시간) 현재 최소 5명이 숨지고 십수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순간 최대 속도 160㎞/h의 국지성 돌풍 ‘샌타 애나’를 타고 산불이 급속히 번지는 데다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A에는 한인 약 23만 명이 몰려 있어 교민 피해도 우려된다.

이날 AP통신과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LA 서부 해안가 부촌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이튼, 허스트, 우들리에서 산불이 났다. 여기에 올리바스, 리디아, 할리우드힐스 등에서 추가 산불이 보고되면서 7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LA와 주변 일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9일 새벽 1시 기준 리디아 산불의 화재진압률은 40%다. 우들리는 완전 진압됐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통제 불능 수준이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여의도 면적(2.9㎢)의 약 70배인 202㎢를 집어삼켜 최소 1000여 동의 건물이 불에 탔고 15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약 15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LA 카운티의 로버트 루나 보안관은 “이번 산불로 최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재산 피해 규모는 520억 달러(약 75조9000억 원)에서 570억 달러(약 83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배우 마크 해밀 “말리부서 급히 대피”



해안가 부촌에서 난 산불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은 영화배우 마크 해밀 등 상당수 셀럽들도 집이 불에 타거나 대피해야 했다. AP는 “제임스 우즈(배우), 맨디 무어(가수 겸 배우) 등 여러 유명인 집이 불타고 스타들이 대피했다”며 “배우 캐리 엘위스, 패리스 힐튼도 8일 화재로 집을 잃었다고 밝힌 스타들 중 하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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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 소화전 주변이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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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처음 발생한 팰리세이즈 지역은 해안을 따라 할리우드 스타 등 명사들의 고급 저택이 즐비한 곳이다. 마크 해밀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말리부(캘리포니아 해변가 부촌)에서 급히 빠져나왔다”고 알렸다. 맨디 무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타데나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아이들,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했다고 전했다.

LA 산불로 할리우드 시상식과 영화 시사회 등 각종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제97회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는 이틀 뒤인 19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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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알타데나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불에 타고 있는 집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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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에 물 부족…사실상 통제 불능



하지만 산불 진압률은 사실상 0%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소방 당국은 128~160㎞/h에 달했던 돌풍이 80~95㎞/h로 다소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데다 소화전 물이 고갈되면서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산불 확산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샌타 애나 돌풍은 건조한 가을철 이 지역에 대형 산불을 퍼뜨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다만 1월은 건기가 아니어서 화재 발생 비율이 낮았는데 올해는 캘리포니아 남부 일대에 그간 비가 내리지 않아 극도로 건조한 상태였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침 LA를 방문 중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LA 산타모니카 소방서를 방문해 산불 현황을 보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국방부에 추가 소방 인력과 자원을 신속히 지원하라고 하는 등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지시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 지역 전역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자원을 동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일부터 이탈리아를 방문해 프란체스코 교황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재임 중 마지막이 될 외국 방문 일정이었는데 산불 여파로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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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모든 게 뉴섬 주지사 탓”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산불을 바이든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 탓으로 돌리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 중 하나다.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이번 사태는 바이든ㆍ뉴스컴(뉴섬 주지사를 ‘Newscum’으로 조롱하며 부른 별명) 듀오의 총체적인 무능과 잘못된 관리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또 “뉴섬은 캘리포니아 여러 지역에 매일 물을 흘려보내는 ‘물 복원 선언’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며 “지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모든 것은 뉴섬 책임”이라고 공격했다. 또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가 잿더미가 됐다. 개빈 뉴섬은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뉴섬 주지사가 ‘스멜트(smelt)’라 불리는 어종 보호를 이유로 물 공급량을 제한하면서 산불 진화에 필요한 소방용수 확보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오후 4년 만에 미 의사당을 방문한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도 “LA에서는 소화전에 물이 없다”며 “진짜 비극이다. 주지사와 행정부의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뉴섬 주지사실은 SNS를 통해 “물 복원 선언과 같은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한 허구”라고 반박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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