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에 중소 알뜰폰 잇단 영업 종료
"3월말 도매대가 협상서 정부 빠지면 업계 고사"
"'전광훈폰' 등 부작용 커, 알뜰폰 자생력 길러야"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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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사라지는 '도매대가 사전규제'를 놓고 정치권 반응이 엇갈린다. 도매대가 사전규제로 인해 도소매 차익만 따먹는 부실 사업자가 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해당 규제가 사라지면 영세 알뜰폰 사업자가 줄도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초 알뜰폰 활성화 대책으로 도매대가 사전규제를 넣으려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알뜰폰 브랜드 '여유모바일'이 지난 연말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5년 출시 후 9년 만이다. 여유모바일은 "최근 몇 년간의 수익성 악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세종텔레콤도 잇단 적자에 2012년 선보인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을 매각하기로 했다.
알뜰폰 시장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셈이다. 알뜰폰 업계에선 오는 3월30일 일몰되는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부활하지 않으면 이런 추세가 가속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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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시장 커졌는데 내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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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모바일이 지난해 12월31일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사진=여유모바일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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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MVNO)은 이통3사(MNO)에 통신망을 빌려 요금제를 출시, 소비자에게 재판매한다. 도매대가는 이통3사에 내는 망 임대료다. 2010년부터 정부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이통3사와 도매대가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2023년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며 3월 말부터 사전규제가 사후 규제로 바뀐다.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이통3사와 도매대가를 협상하고 정부는 결과를 사후검토 하는 식이다.
알뜰폰 업계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토로한다. 단통법 폐지로 이통3사의 보조금 경쟁이 열린 상황에서 중간·통합요금제 등의 출시로 알뜰폰 고객이 대거 이통3사로 갈아탈 위기에 처해서다. 알뜰폰의 주요 무기는 저렴한 요금제인데, 원가인 도매대가가 비싸면 가격 인하 여력이 떨어진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설 때도 이통사가 도매대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데 알뜰폰 업체엔 우호적이겠나"라고 꼬집었다.
알뜰폰의 방패막이 돼주던 정부가 관찰자에 머무르게 된 데에는 알뜰폰 시장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져서다. 2023년 8월 기준 가입자를 한 명 이상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는 81개로, 2018년(45개)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통신설비를 보유한 사업자는 한국케이블텔레콤 한 곳뿐이다. 대부분 도소매 차익에만 기댈 뿐 설비투자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부작용도 잇따랐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입요건을 완화하다 보니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알뜰폰 사업에 진출, 값비싼 헌금성 요금제를 판매했다. 온라인 비대면 개통이 가능한 점을 노려 대포폰으로 악용되거나, 해킹으로 대규모 개인정보도 유출됐다. 온라인 고객센터가 없는 등 CS(고객서비스) 관리가 허술한 곳도 많다. 이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전규제 부활은) 부실 알뜰폰 사업자 빨대 꽂기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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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활성화 대책, '당근' 없이 '채찍'만 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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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준비 중인 과기정통부의 고민이 깊다. 당초 정부는 이통3사·금융권 등 대기업 알뜰폰 계열사의 시장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때 도매대가 사전규제 일몰 부칙을 삭제하려 했다. 그러나 여당이 지난 국회에서 합의된 사안인 만큼 추후 시장 상황을 보고 논의하기로 해 후자는 개정안에서 빠졌다.
정부는 알뜰폰 시장 내실을 다지기 위해 등록요건 및 보안체계 강화방안 등을 마련했으나, 정작 사업자의 수익성 제고 방안은 없는 셈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정부가 알뜰폰 업체에 채찍만 주고 당근은 없는 셈"이라며 "옥석 가리기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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