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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윤희숙 "대통령이 장관 임명 때 국회 인준 거치게 개헌을" ['포스트87'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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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87’ 길을 묻다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권력자 개인의 과오만큼 ‘87년 체제’의 불완전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평가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에 주요 정치인의 의견을 릴레이로 전달한다. 열 번째 인터뷰는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중앙일보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 진행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조정해 모순적 상황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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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해야한다는 개헌론이 각계에서 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개헌은 필요하지만 관성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말 제왕적이었다면 윤 대통령이 집권 3년 차까지 여소야대 벽을 뚫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 했겠나”라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의 한 축은 실질적인 집행 권한이 없는 대통령이 스스로 제왕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한 축은 국회의 권한을 일부 늘리되 국회가 폭주하면 엄격히 책임을 묻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Q : ‘제왕적 대통령’은 착시란 얘긴가.

A : “냉정하게 여소야대 구도에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정책을 펼 수도 없고, 정국의 드라이브를 걸 공간도 좁다. 그러나 한편으론 각종 권력 기관장의 인사권을 쥔 대통령에게 많은 이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정작 뭘 할 수는 없는데, 그들만의 세계에선 제왕처럼 대우받는 모순적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개헌을 논의할 때 ‘대통령제는 제왕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원집정제·내각제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니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붕 뜬 감이 있다. 개헌은 현 대통령제의 모순을 바로 잡고 대통령·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조정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Q :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바꾸나.

A : “대통령 권한을 크게 정책·예산·인사권으로 볼 때 핵심은 인사권 조정이다. 권력기관장이나 장관 등 주요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할 때 국회 인준을 거치도록 개헌해야 한다. 또한 감사원의 감사 기능도 대통령 밑에 둘 게 아니라 국회로 보내야 한다.”

Q : 그렇게 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A : “대통령이 마음대로 인사권을 휘두르지 않고, 의원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된다. 결국 대통령과 국회의 극한 대치를 해소할 여지가 생긴다. 국회 인준을 거친 장관에겐 자연스레 적절한 힘이 실리게 되고, 행정부가 역동성을 얻게 되면서 일종의 책임 장관 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감사 기능을 국회로 넘기는 건,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할 때 언제든 감시 받는다는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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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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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국회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 아닌가.

A : “그래서 국회가 무책임한 행위를 하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헌 사항인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이 시급하다. 지금 국회는 권한만 쥐고 책임은 안 진다. 더불어민주당만 봐도 현 정부 들어 탄핵안을 29번이나 발의해놓고, 직무정지 등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나몰라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이 한 정치인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해 고위 공무원의 탄핵 소추안을 남발했다면, 또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부결할 만큼 허술한 탄핵을 시도했다면 관련 의원은 의원소환제로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Q : 의원내각제, 4년 중임제는 대안이 될 수 없나.

A : “의원내각제는 의원 개개인의 엄격한 공적 마인드와 수준 높은 국회가 필수조건이다. 지금처럼 패거리 정치 문화, 묻지마식 정쟁이 그득한 상황에서는 외려 내각제가 독이 될 수 있다. 4년 중임제는 장단이 있지만, 전반기 4년간 포퓰리즘 광풍이 불어닥칠 우려가 크다.”

중앙일보

윤희숙 전 의원은 2020년 8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자유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윤 전 의원은 지난 6일 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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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윤 전 의원은 여권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윤 전 의원은 지난 6일 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됐다. 계엄 사태로 여권이 혼돈에 휩싸인 상황에서 민심 파악과 정책 개발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Q : 계엄 사태로 보수 진영이 위기에 놓였는데.

A : “보수 정권이 두 번 연속 탄핵소추돼 헌재 앞에 서게 된 것은 뼈저리게 반성할 대목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불확실성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여당은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국민이 여당을 외면할 계기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최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민주당의 민낯을 드러낸 두 번의 계기도 있었다.

Q : 어떤 계기를 말하나.

A : “첫째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겨냥한 민주당의 줄 탄핵이고, 둘째는 민주당이 돌연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뺀 것이다. 모든 초점을 국익이 아닌 이재명 대표의 재판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이런 무리수가 나온다. 계엄은 무척 큰 문제지만, 그 이전에 민주당의 저열한 정치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 계기가 됐다.”

Q : 조기 대선 시 여당에 승산이 있다고 보나.

A : “계엄 사태로 초래된 현재 구도로만 놓고 보면 여당이 확실히 불리하다. 하지만 여권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한국이 1.0에서 2.0으로 업그레이드되길 바라는 국민 열망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열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잘 봐줘야 0.5 정도 되는 구태의 영역에 있는 정치인이다. 여권에서 국민 열망을 담아낼 수 있는 참신한 주자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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