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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김영윤의 통일경제] 계엄 북풍공작에 무대응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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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북물류포럼 회장

대규모 자연재해 극복에 전력투구
지방건설에 군대동원…여력 없어
미·북 관계개선 ‘물꼬’ 가능성 남아


이투데이

12·3 계엄 조치 이후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쏟아지는 계엄 사태의 전모를 접하며 안도의 숨을 쉬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남북이 물리적 충돌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 오물 풍선 부양 원점 타격 지시는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는 행위였지만, 다행히 일선 합참지휘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방한계선(NLL) 적대행위 금지 구역에서의 포사격(2024년 6월)과 무인기의 평양 침투(2024년 10월)는 북한의 즉각적 공격을 부를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북한은 대남 엄중 경고에만 그쳤다. 무인기의 평양 침투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생각하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모르게 감행한 행위였음에도 북한은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남북 사이의 압도적 군사력 차이가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주저하게 했겠지만,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은 당면한 자연재해 극복에 모든 힘을 쏟아야만 했다. 지난해 7월 북한 신의주와 의주군 일대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수풍, 위원댐 수문 개방과 함께 서해 밀물과 맞물리면서 폭우는 이 일대 5000여 명의 주민을 고립시켰으며, 4100여 가구에 달하는 살림집을 파괴했다. 그 밖에도 3000여 정보의 농경지를 포함,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도, 공장들이 침수되었다. 많은 사상자와 함께 수재민만 수만 명에 달했다. 폭우 후 전염병과 각종 병충해 등은 북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수해복구에 30여만 명이 동원되었으며, 수많은 군인이 참가했다. 북한은 군인들이 모든 사회 현장에서 일하는 독특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수해복구에 매달렸으니 남한의 대북 도발 유도에 신경을 제대로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둘째, 지방발전을 위한 공장건설과 ‘살림집 건설’에 매진해야 했다. 북한은 2004년 초에 ‘지방공업발전 20x10’을 선포했다. 20개 군에 10년간 매년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여 기초식품, 의류, 일용품 등을 생산하는 계획이다. 북한은 이를 당 중앙위원회 차원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공장건설에 필요한 자금·자재·설비는 중앙에서, 인력은 군대에서, 운영은 지방에서 책임지게 했다. 4만여 명의 군인 건설자가 동원됐다. 살림집 건설은 매년 수만 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평양에만 5만 가구 살림집을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군인력이 동원된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보복성 행동을 취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러시아와의 긴밀한 군사 협력도 대남 대응을 약화시켰다. 지난해 북·러는 정상회담(2024년 6월 19일)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시켰다. 기존의 ‘선린 우호 관계’에서 세 단계나 상승시킨 것이다. 2008년 한국이 러시아와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보다도 격이 높다. 본 조약 제4조에 명시된 공동방위(collaboration in defense)와 조응된 행동(coordinated actions)은 북·러가 사실상 ‘동맹관계’에 접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은 러·우 전쟁에 포탄과 로켓을 포함, 현재 많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고 있다. 북한의 파병이 식량과 석유를 비롯, 외화 획득의 중요 수단이기도 하나, 이로 인한 군인력의 피해와 손실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넷째, 철저한 대남 단절 선포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2024년 1월 15일)를 통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명시했다. 북한 헌법까지 개정하면서 남한과 연관이 있는 모든 표현과 명칭, 상징물을 철폐하고 남북 연결 도로와 철길의 파괴, 요새화(2024년10월)를 추진했다. 대남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당면한 문제해결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2025년 한반도의 향방을 가르는 방향타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북한과 미국의 관계 형성이다. 최근 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화에 있음을 재확인한 바 있다. 북한도 ‘대미 최강경 대응 전략’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미국이나 한국에 대해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초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면서 “남한과 전쟁이라는 선택을 할 그 어떤 이유도 없으며, 일방적으로 결행할 의도도 없다”라고 했다.

지난 노동당 전원회의(2024년 12월 28일)에서는 핵 무력 관련 내용은 물론, 적대적 두 국가에 대한 지시도 없었다. 한국과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해 ‘로 키(low-key)’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2기 미국과 북한 사이에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가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미국을 추동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목표를 두는 것이다. 국내 정치 상황의 안정을 바탕으로 북방을 향한 잰걸음과 함께 남북한 교류·협력이 가능한 준비를 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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