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비행기 뜨자 … 관객 1만7천명 동시에 하늘 날았다

◆ CES ◆

에드 배스천 미국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가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형 공연장 '스피어'에서 CES 2025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배스천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창사 100주년을 맞은 델타항공의 향후 비전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디지털 혁명과 같은 새로운 경이로움은 여행 경험을 혁신하는 놀라운 도구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술의 경이로움 속에서도 혁신의 진정한 목적은 사람들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델타항공의 에드 배스천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돔 공연장 '스피어'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를 연결해왔던 것처럼 미래에는 사람과 기술을 연결함으로써 항공 업계를 이끌어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배스천 CEO는 이날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의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델타항공 창사 100주년을 맞아 향후 비전을 발표했다.

스피어는 높이 111ｍ, 바닥 지름 157ｍ의 지구 모양과 흡사한 거대한 구 형태의 공연장으로, 2023년 9월 문을 연 이후 라스베이거스의 상징이 됐다. 축구장 7개에 달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외부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세계 최고 해상도의 실내 LED 스크린, 첨단 오디오 시스템 등을 갖췄다. 좌석 개수는 2만개에 육박한다. 스피어에서 CES 공식 행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배스천 CEO의 기조연설은 실제 비행기를 타는 듯이 실감 나는 경험을 선사했다. 그가 무대에 선 뒤 스크린 속 대형 비행기는 활주로를 통해 관객들을 태우려는 듯 눈앞에 다가섰다. 비행기가 관객석과 가까워질수록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비스듬히 멈춰 선 비행기가 관객들을 태운 듯 재차 활주로를 달려 날아올랐다. 구름 속을 비행하는 영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낮과 밤, 구름 속 등 배경 영상이 바뀌면서 실제 비행기를 탄 느낌이 들게 했다. 착륙할 때는 활주로에 닿는 충격처럼 의자가 덜컹거리기도 했다.

배스천 CEO는 "델타항공의 이야기는 100년 전에 시작됐다. 1925년에 델타항공 조종사가 최초로 하늘을 날아 (델타항공을)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항공사로 이끌었다"며 "2025년에는 AI로 구동되는 인간 연결이 여행 경험을 변화시킬 것이다. 모든 것의 중심은 델타항공의 고객인 당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행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AI 에이전트 델타항공 컨시어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방문할 나라의 항공권 구매, 여권 만료 시기와 비자·서류 체크, 공항까지 가는 최적의 교통편 검색 등이 가능하다. 공항에서도 신기술을 만날 수 있다. 길을 헤매지 않도록 증강현실(AR)이 돕는다. 게이트를 향해 걷기만 해도 생체인식으로 출입국 심사가 끝나고 건강 상태도 확인된다. 수화물에는 디지털 태그가 부착돼 추적하기 편하다. 비행기에 탑승한 뒤에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는 라이브 번역 기능이 언어 장벽을 제거하고 관광 명소와 동선을 알려준다. 배스천 CEO는 "델타항공의 사명은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약 50억건의 항공편이 운항돼 경제 성장에 기여했지만 전 세계 인구 중 20%가량만이 항공 여행을 경험해 상당한 격차가 있다. 미래의 항공 여행은 세계를 하나로 묶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피력했다.

[라스베이거스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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