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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마켓人] 김광일 MBK 부회장 "고려아연 10년뒤 전기차 배터리 소재 회사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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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립 이어지면 회사 가치 떨어져…집중투표제 이사회 개편 뒤 도입할 것"

"이번 주총서 집중투표제 도입하자는 건 시합 해놓고 결론 내지 않겠단 것"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8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모든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 표 대결로 귀결된다. 고려아연은 분쟁의 종결을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로 할지, 내년으로 유예할지를 놓고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분쟁에서 영풍·MBK 연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광일(60) MBK 부회장은 "이번에 양측이 표 대결을 벌여 승패를 결정짓는 게 회사를 위해 낫다"고 8일 말했다.

그는 종로구 MBK 사무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통상 지분율 경쟁에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서로 현실을 인정하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데 지금은 지분율 경쟁 국면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회장은 MBK가 고려아연 지배권을 잡으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통과하는 동안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속도를 조절해가며 추진하고, 추후 전기차 산업의 폭발적 장세가 돌아오는 2030년대 중반께에는 국내 대기업이 주력 비즈니스로 삼기 위해 인수할 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고려아연 딜'이 성공하면 한국 자본시장 새 지평을 여는 의미가 있지만, 실패할 경우엔 시장 전체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1989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24기로 수료한 뒤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인수·합병(M&A) 변호사로 활약했다. 2005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에 합류한 뒤 한미캐피탈, 롯데카드, 홈플러스, 오스템임플란트 등에 투자했다.

다음은 김 부회장과 일문일답.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8 yatoya@yna.co.kr




-- 고려아연 임시주총 주주명부를 확보했을 텐데 판세는 어떻게 되나.

▲ 현재 1대주주, 2대주주와 그 우호세력을 포함하면 의결권 기준 87% 안팎이다. 국민연금 포함 그 외 주주는 12∼13% 정도 될 것 같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 회장 측은 아직 공시 전인데 의결권 기준으로 40% 안팎이다.

--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이사회 장악 시기가 늦춰질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꼭 올해 이사회를 재편해야 하는 이유는.

▲ 1대주주와 2대주주가 극한 대립을 펼치고 있는데 이게 1년이 더 걸린다고 하면 회사는 가치가 많이 떨어질 거다. 경영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양측이 표 대결 벌여 승패를 결정짓는 게 낫다.

집중투표제 도입에 관한 정관개정안은 현재 양측 지분 구성으로 보면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주총 특별결의·모든 주주 의결권 3%까지 제한되는 '3%룰' 적용). 양측 다 70만∼80만주 사이의 지지가 필요하다. 캐스팅보터는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이다. 의결권 지분이 1천800만주가량인데 '3%룰'에 의하면 1천만주 정도만 의결권이 있다. 그중 160만주가 일반주주다. 그러면 160만주 중에서 절반 이상을 누가 갖고 가느냐가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가른다. 국민연금이나 해외기관들은 다 장기 투자자들이다. 회사를 1년 반 이상 분쟁 상황에 놓이게 할 거냐는 측면에선 굉장히 도전적인 상황이 벌어진 거다. 이번 집중투표 전까지는 '기존 경영진을 지지하느냐', '기존 경영진을 교체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느냐' 쪽에 초점이 있었는데, 집중투표제 이슈가 생기면서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는 걸 수용할 정도로 기존 경영진을 지지하느냐'로 복잡해진다. 모든 주주들이 다시 한번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다.

-- 집중투표제 자체에 반대하는 건가.

▲ 아니다. 이사회 개편이 된 다음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거다. 집중투표제 목적을 생각해보라. 첫 번째는 소수주주 대변이고, 두 번째는 2대주주 보호다. 2대주주가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집중투표제이기도 하다. 이건 우리가 하려는 이사회 과반을 점해 개편하려는 것과 상충하지 않는다. 2대주주와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들어오는 것 찬성한다. 우리도 최 회장 측에 이사회에 남아 있으라고, 한두자리쯤은 최씨 가문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이번 임시주총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유는, 집중투표제가 이번에 들어오면 우리 목표인 이사회 개편이 최대 1년 반까지 늦어질 수 있어서다. 기존 이사회 멤버들이 다 최 회장 측 인사들이고 그분들 임기 끝날 때까지 이사회는 여전히 그들로 과반수 이상을 점하게 된다.

-- 소송을 남발한다는 이미지를 불사하고 주총에서 집중투표 이사 선임안 상정을 막아달라는 추가 가처분을 신청했다.

▲ 이사회를 지배하는 사람은 할 수 있는 수단이 많고, 이사회 바깥 주주가 할 수 있는 건 소송밖에 없다. 뭘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사회가 정말 독립적이고 전체 주주를 위해 활동한다면 1대주주와 2대주주 간 분쟁에서 사안별로 가르마를 타 줄 거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그렇지 않다. 최 회장 친위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상황 때문에 우리가 자꾸만 소송으로 내몰리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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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8 yatoya@yna.co.kr



-- 고려아연 컨티뉴에이션 펀드(위탁운용사(GP)가 새 출자자(LP)를 모집해 신규 펀드로 투자 기업·자산을 옮겨 담는 것) 조성을 검토하는지.

▲ 이 회사는 완전한 기업가치가 나오려면 4∼5년 갖고는 부족하다. 풀(full) 밸류를 다 찾아 먹어야 하는데 그 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LP들은 나가고, 오래 갈 LP들 중심으로 컨티뉴에이션펀드를 만들어 남는 걸 고려하고 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성공해 전기차 소재에도 특화돼 있는 회사가 되면 완전히 내용이 달라진다. 제련업에서 전기차라는 매력적 주제를 가진 회사로 변신하게 된다. 전기차 캐즘이 2∼3년 간다고 하는데 전기차 관련 투자하고 꽃 피우려면 5년쯤 걸리지 않을까. 그러면 2030년 전후가 될 거고 꽃 피운 다음에 성장하다 보면 2030년대 중반까지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좋은 방향으로 회사가 변해가려고 하는데 왜 흔들어대냐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인데 지금의 지배구조에서는 이런 변화를 감당하기 부족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회사가 한 차원 높게 변신하겠다는 상황에서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

-- 자사주 공개매수를 거치며 회사에 2조원 가까이 부채가 쌓였고 이자비용도 막대한데 기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닌가. 또 시장에서는 그런 이유로 분쟁 종결 뒤 유상증자를 해서 차입금을 갚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는데 계획이 있나.

▲ 2조 부채를 안고 가야 하니 제대로 못 하는 건 맞는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시간차를 두고 진행하려고 한다. 최 회장 측은 우리에게 뭐라고 하지만 본인들이 주장한 사업 계획대로 투자하기 쉽지 않은 환경을 (자사주 공개매수로) 본인이 만든 것 같다. 또 역설적인 건, 현재 최 회장이 제시한 사업 계획은 2년 전에 만들어진 거다. 그땐 전기차 캐즘이 오기 전이었고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다. 2년 전 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회사가 재무적으로 부담 덜 수 있는 시간 벌었다고 생각한다. 주주들은 유상증자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시장이 저런데 밀어내기식 투자하는 건 원치 않을 거다. 최 회장도 (지분 희석 때문에) 유상증자엔 반대할 거다.

-- 최근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으로 3차례 자료를 받아봤다. 그런데도 이사회에 들어가서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의혹들은 뭐가 남았나.

▲ 여전히 원아시아PE와 이그니오 관련 자료가 다 안 나왔다. 이그니오는 처음엔 우리도 고가로 인수했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고려아연에서 이그니오가 비싸지 않다는 해명을 위해 자료를 냈는데 그 자료가 의혹을 더 키웠다. 회사를 세우자마자 1년 반 만에 100배 번 투자자가 있고 사모펀드가 있다. 그 뒤에는 LP들이 있는데 누군지 모른다. 너무 이상하게 거래했다. 이그니오홀딩스는 기존 주주였던 사람들을 돈 100배 벌게 해준 것밖에 없다. 그래서 의혹의 내용이 조금 변했다. 보면 볼수록 저 주주들(매도자)하고 무슨 관계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이 추가된 거다. 알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고려아연 이사회에 들어간 다음에 자회사 페달포인트 이사회도 들어가고, 페달포인트 이름으로 그 모든 조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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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8 yatoya@yna.co.kr



-- 공매개수에 들어가기 앞서 고려아연을 살 만한 잠재 인수후보군을 정해두지 않았나.

▲ 장기적으로 대기업 집단이 주력사업으로 가져갈 만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1등 제련회사고 전기차 소재를 공급하는 주요한 키플레이어다. 한국의 대기업 집단은 전기차 산업에 어떻게든 참여하려고 한다. 지금은 대기업 집단 각자 문제들이 있어서 이 정도 딜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대기업들도 숨통이 트여야 한다. 경제환경이 어렵고 각자 사업에 대한 고민들이 많아서 지금은 할 수 없을 거다. 여유가 있을 때, 또 전기차 산업의 캐즘이 끝나고 폭발적 장세가 돌아오게 되면 충분히 가능하다.

-- 거버넌스를 강조하면서 소수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원인 분석을 어떻게 하고 있나.

▲ 소수주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회사를 어떻게 더 키우고 주가를 어떻게 더 올릴 건지에 대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외부인이라 한계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고려아연의 비즈니스 계획 자체가 맞는 방향이고 잘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다른 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일반 개인주주들은 지금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데 우리가 더 잘하겠다고 하니 불안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실 우리가 캠페인 시작하기 전까지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무도 몰랐다. 그걸 알게 되는 건 회사가 이미 기울었을 때다. 앞단에서 상처를 도려내야 곪지 않는다.

-- 국회에서 논의되는 100% 의무공개매수제도에 대한 생각은. 바이아웃 PEF 입장에선 경영권을 인수할 때 지분 100%를 사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실제로 업계는 반대한다고 알고 있는데.

▲ 우리도 반대한다. 다만 지분을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조건 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안 판다고 하는 사람의 지분도 강제로 사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주주의 자율권을 침해하게 된다. 적정 가격으로 매수청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왜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에게만 주느냐는 얘기엔 동의한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 때 대주주와 소수주주 지분을 같은 가격으로 샀다.

-- 재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앞으로 재벌 그룹과 관계가 껄끄러워질 거라는 관측도 있는데.

▲ 그렇지 않다. 지금도 거래하고 있다. 불편하다는 걸 그리 표현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 작년 9월 공개매수 개시 이후로 최윤범 회장과 얘기한 적이 있나.

▲ 밝힐 수 없다. 다만 양측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얘기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국면까지는 오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주주들께 간곡히 부탁드리는 건 어느 쪽 이사 후보가 더 뛰어난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집중투표제만은 막아달라는 거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1대주주와 2대주주가 협의할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진다. 시합을 했는데 결론을 못 내는 거다. 집중투표제가 없으면 이번에 어느 쪽이든 결정이 날 거다. 그 결과물을 갖고 1대주주와 2대주주가 결론을 낼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긴다.

-- 국내 PE업계 1세대인데 이번 딜을 하며 느낀 점은.

▲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20년 동안 우리가 자본시장과 함께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이런 유형의 시도가 초기에 좌초되지 않았고, 우리가 생각한 바를 얘기할 수 있었고, 정부 측에서도 엄정하게 룰을 집행해주고 해서 여러 상황을 지나왔다. 처음엔 다들 놀랐는데 시간이 지나며 1대주주와 2대주주 간 의결권 싸움이라고 이해하려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걸 뚫고 나가 성공을 시키면 자본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겠지만, 주저앉는다면 한국 PE산업 1세대로서 자본시장에 남은 여러 트라우마처럼 또 하나의 가기 어려운 길로 남을 것 같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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