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환자 준강간·성추행도 유죄…공탁해 1심보다 1년 감형
法 "다수 피해자 자해 시도, 목숨 끊은 피해자도…죄질 극히 불량"
롤스로이스 돌진 사건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 40대 염모 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밖으로 나가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염 씨가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10여 명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2023.12.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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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수면마취 상태 환자를 성폭행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0부(부장판사 김용석 심영진 정문경)는 8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향정신성) 위반·의료법 위반·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염 모 씨(49)의 2심 선고 기일에서 염 씨에게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며 5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이자 마약류 취급업자 지위를 자신의 변태적 성적요구 충족 수단으로 악용해 수면마취 상태에 빠져 완전히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를 상대로 준강간 등 범행을 저지르고 그 과정을 촬영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법정에서 얘기하기 적절하지 않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범행 당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기억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장기간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 중 상당수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다수 피해자가 자해 시도 및 자살 충동을 경험했으며 준강제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은 목숨 끊어 사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의사로서 수술, 시술보다 향정신성 의약품 투약 목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에게 의료행위를 빙자한 투약으로 수익을 올렸다. 여러 차례 투약하고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하기도 했다"며 "이런 범행은 실질적으로 마약류 불법 판매와 다를 바 없고 사회적 해악이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이전에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원심 및 항소심 단계에서 신원이 특정된 피해자들을 위해 일부 공탁한 점 등은 다소나마 유리한 정상으로 보고 원심에서 1년 감형된 형을 선고했다.
1심은 염 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5년의 보호관찰, 792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1심은 "염 씨는 의사로서 프로포폴을 엄격하게 사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십 차례 투약했고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부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허위로 보고했다"며 "프로포폴을 이용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신 모 씨는 인도를 걷던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했다"며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 녹화본을 삭제했으며 진료기록을 일부 폐기하고자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염 씨는 의사 지위를 이용해 수면 마취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자로 삼아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하고 촬영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인 '환자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씨는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신 씨에게 자신의 병원에서 치료 목적 외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염 씨는 신 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를 상대로 마취 후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염 씨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마취 상태의 여성 10여 명을 불법 촬영하고, 일부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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