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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D램 가격 하락·HBM 지연…끝나지 않은 삼성전자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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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가전도 수익성↓

모바일 사업부도 역성장한듯

DS영업익 3조원 안팎 추정

하이닉스 절반에도 못 미쳐

범용 D램 가격 하락 부진 원인

비메모리 적자 폭도 커질 듯

삼성전자가 기대치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낸 데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불황’ 영향이 크다. 여기에 디스플레이와 가전 사업이 경쟁 심화로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악화했고 모바일 사업부도 역성장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8일 사업 부문별 실적을 밝히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을 전 분기(3조8600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3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추정치 8조114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도체 부진은 HBM3E의 북미 고객사 진입이 늦어지는 데다 레거시(범용) D램 가격 하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의 주요 고객사 퀄테스트(품질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납품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HBM은 일반 D램에 비해 3~5배 비싼 고가 제품으로, 소량의 판매만으로도 수익성 측면에서 막대한 효과를 가져온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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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PC 수요 침체에 더해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의 저가 물량 공세도 거세다. 줄어드는 수요와 넘쳐나는 공급이 맞물려 메모리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를 고려할 때 올해 공급 조절을 통한 수익성 위주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DS부문 내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영업손실은 2조원대로 추정된다. 적자 폭은 전분기보다 커졌다는 게 시장 평가다.

삼성전자는 DS부문 실적에 대해 "PC·모바일 중심의 컨벤셔널(범용) 제품 수요 약세 속에서도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사업부 매출은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면서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와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 하락,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줄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부진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파운드리 최대 경쟁자인 대만 TSMC와도 비교된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첨단 3㎚(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 공정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력하다"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8600억대만달러(약 38조1000억원)를 상회하고, 올해 1월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반도체 사이클 흐름에서 벗어났다. 메모리사업부는 지난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약 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6조원대로 증가하며 SK하이닉스보다 매 분기 약 1조원의 더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3분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증가로 역대 최대인 약 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삼성전자는 5조원대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가 작년 3분기에 이어 연간 영업이익으로도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추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 영업이익 전망치는 삼성전자 DS부문 15조원대, SK하이닉스 23조원대다. 이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DS부문보다 약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차이를 벌리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쌓아온 오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외에 휴대폰 사업을 맡고 있는 MX 사업부 역시 지난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2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는 추산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해 전망도 현재로서는 좋지 않다. D램 가격 부진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 기간 전체 D램 가격이 8~13%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포함해도 하락 폭이 0∼5% 수준으로 줄어들 뿐 가격 상승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성과를 증명하고 파운드리 가동률을 회복하는 등 기술력 제고가 가장 중요하지만 단기간 내에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유통 재고 건전화와 HBM3E 사업 본궤도 진입으로 올해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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