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공수처 '윤석열 사건' 시간만 끄는 이유는?[권영철의 Why뉴스]

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 추천한 누군가와 소통?

체포영장 집행시 왜 아무 권한없는 윤상현 의원과 협의했나?

고검장 출신 박균택 의원 "소통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윤 쪽 시간 벌어줘"

'내란 사태' 관련해 '양비론' '기계적 중립'은 내란 우두머리 도와주는 행위

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CBS 박지환의 뉴스톡' <특별방송>
■ 채널 : 표준FM 98.1 (17:0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박지환 앵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행보를 두고 이상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윤석열 내란 사건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이첩 받은 뒤 시간만 끌었을 뿐, 이렇다 할 의지도 성과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권 대기자 어서오세요.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때부터 좀 이상하다고 얘기했습니다만,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도,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역할을 못한 거에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공수래 공수처'라는 말이 나오는 거겠지요.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이 경쟁하면서 내란죄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던 지난해 12월 8일,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관련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서 13일까지 회신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이첩이 곤란하다고 하자 13일에 2차로 이첩을 요구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끝까지 이첩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법 논란이 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러자 경찰은 윤 대통령 등 5명의 사건을, 검찰은 윤 대통령 등 2명의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습니다.

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앵커] 맞아요. 그런데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은 뒤, 갑자기 수사 속도가 뚝 떨어진 느낌이에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공수처는 12월 18일 윤 대통령 등의 사건을 넘겨 받은 뒤 1차 소환장을 보내고, 2차 소환장을 보내고, 3차 소환장을 보내면서 29일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공수처는 29일까지 출석하지 않자 30일 0시에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하루 넘게 고심하다 31일 발부했고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 수사관들이 계속되는 대치 상황 끝에 집행을 중지한 후 철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발부받고도 지난달 31일, 2025년 1월 1일과 1월 2일은 아무런 조치없이 지나가다 3일 새벽부터 영장집행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5시간여만에 빈손으로 돌아섰습니다.

어제(6일)로 체포영장 시한이 만료되었으니까, 황금같은 보름을 그냥 허비한 겁니다. 내란 사태는 조기 종식이 필수적인데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앵커] 결과적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쪽 시간만 벌어준 셈이군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 쪽의 시간만 벌어줬을뿐 아니라 내란을 부정하는 지지층의 결집을 도와줬습니다.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은 즉각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탄핵반대를 주장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수처가 이런 결과를 알고도 묵인했거나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오동운 공수처장이 윤 대통령쪽과 소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오동운 공수처장이 윤 대통령쪽과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대기자] 그런 의혹입니다. 여러명의 법조인들이 이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출범 이래 5건의 체포영장과 4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된 9전 9패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일반 사건에서 구속, 체포 영장을 받아본 적이 없는 공수처가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내란죄 수사를 하겠다며 이첩을 요구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습니다.

특수통 출신의 검찰 고위직 출신 한 법조인은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구할 때부터 이상했다"면서 "수사 능력도 안되면서 왜 사건 이첩을 요구했을까?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누군가 연결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 쪽으로부터 사건을 일단 가져오라는 오더가 있지 않았을까? 그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의심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어떤 점 때문에 공수처와 윤 대통령쪽이 소통한다고 의심하는 걸까요?

[대기자] 첫 번째는 공수처 검사가 박종준 경호처장, 그리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협의를 했다는 겁니다. 경호처장과는 체포에 협조를 요구하는 협의를 할 수 있겠지만, 윤상현 의원이 무슨 권한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와 협의를 합니까? 윤상현 의원은 내란 방조 내지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란을 옹호하고 있지 않습니까?(공수처 검사와 박종준 경호처장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3명이 식당에서 15분 정도 1차 회동)

경호처는 체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로 접근하자 김홍일 변호사와 윤갑근 변호사, 윤상현 의원이 공수처 검사 3명과 2차 회동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김홍일 변호사와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낸 적이 없습니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러가서 왜 권한없는 사람들과 만난뒤 그냥 물러 나왔을까요?

두 번째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소풍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한남동 관저에 진입한 뒤 구체적인 행동도 없이 5시간여 만에 철수했습니다.

공수처에서는 "경호처가 협조할 줄 알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만, 대통령이 소환장 접수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체포에 협조할 줄 알았다니 한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이런 과정에 대해 한남동 관저에서 농성을 하면서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라고 압박을 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검사 출신 한 야당 의원도 "최소한 자정까지는 버텼어야 하는데, 왜 5시간만에 내려왔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눈이 많이 온다는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습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폭설이 내리는 강추위에도 거리에서 밤새도록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했습니다.

박종준 경호처장. 연합뉴스

세 번째는 경호처장을 긴급체포하자는 경찰의 의견을 왜 묵살했을까 하는 겁니다.

경찰 내부의 의견을 들어보면 "체포영장 집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공수처가 성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경호처의 두 차례 방어막을 뚫고 관저 입구 세 번째 저지선에 도착했을 때 "초기엔 경호처 인력이 많지 않아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는데 공수처가 시간을 끌어 제압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특히 경찰이 현장에서 박종준 경호처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했지만, 공수처가 이를 막아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집행에 참여했던 경찰들은 적극적으로 집행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공수처가 현장에서 자제시키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이후 철수가 결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체포만 봤을 때, 실효성만 따졌을 때 경찰에 맡기면 금방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서 "체포하는데 장애물이 되는 것은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영장이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집행하러 나섰는데 되돌아온 것은 망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당시 대치 상황, 현장 인원 등을 감안해 종합적인 판단으로 내린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만, 의도된 미온적 대응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사는 겁니다.

고검장 출심인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공수처와 윤 대통령 쪽 소통 의혹'에 대해 "그렇게까지는 안 본다"고 전제하면서도 "어쨌든 결과는 항상 저 윤 대통령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것, 그것 만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채 해병 사건 가지고도 압수수색을 한 번도 안 했고, 이번 체포 시도도 그렇게 많은 응원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5시간 만에 철수해 버린 것도 그렇고 아무튼 윤 대통령 쪽이 원하는 시간 벌기만 다 해주고 있다"면서, "공수처 입장에서는 소통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도 할 말은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오동운 공수처장은 앞서 "내란 수괴는 구속수사가 원칙"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대기자] 그렇습니다. 검찰과 경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서 그런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윤창원 기자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박균택 의원과 오동운 공수처장의 질의응답 들어보시지요.

(박균택 의원) -윤석열 피의자 구속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오동운 공수처장) =지금 내란죄 해당 범죄자에 대한 엄단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첩 요청권을 행사했습니다.
(박 의원) - 그런 미온적인 태도로 남의 사건을 달라고 합니까?
(오 처장) = 내란죄의 수괴와 내란죄의 중요 범죄 종사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서 열심히 이 수사를 진행하려고 하는 의지를 우리 공수처 수사관들이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박 의원) - 언제까지 구속할 수 있습니까?
(오 처장) = 저희들은 적극적으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서 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사건 이첩을 요구할 때는 내란 발생 6일째였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공수처가 뭘 했을까요? 정말 답답합니다.

[앵커] 현재 공수처가 2차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태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공수처는 어제(6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반환하고, 영장을 다시 청구했습니다. 어제 자정까지였던 체포영장 기한 연장에 나선 겁니다.

아직 영장은 발부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피의자 체포는 가능할까요?

[대기자] 체포되어야지요. 체포 할 겁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오늘 오후 국회 법사위에서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2차 집행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미 한남동 관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버스와 차량들을 동원해서 바리케이트를 굳게 치고 있습니다. 저항이 만만치 않을 걸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경호처 직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체포가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믿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란을 두고 정쟁을 벌이거나 기계적 중립을 취하거나 양비론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완전무장한 특수부대 군인들이 국회를 침탈하고 중앙선관위를 점거하는 걸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내란이라는 건 공지의 사실입니다. 공지의 사실은 입증할 필요도 없습니다.

공지의 사실을 두고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거나 기계적 중립을 취하려고 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면 내란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내란 동조범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피의자가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일 겁니다. 진영으로 갈라져서 다투고, 지지층이 결집하고 그래서 탄핵심판을 무위로 돌려서 대통령직에 복귀하려는 노림수를 쓰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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