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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로봇이 온다

젠슨황 '물리적 AI 시대' 선언…·로봇·자율주행 장악 노린다[CES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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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AI' 시장 확장 청사진 그린 젠슨 황

외신기자도 "젠슨 황을 보는 건 대단" 강조

1만여명 운집, 3층까지 만석…보안도 철저

RTX 50 시리즈 공개…가격은 3분의1로 낮춰

로봇·자율주행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 출시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모두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좋아한다. 그를 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엔젤 블레스씨는 6일(현지시간) 황 CEO의 ‘CES 2025’ 기조연설을 앞두고 기자와 만나 “리사 수 AMD CEO의 기조연설도 보고 왔는데, 그보다 사람도 많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며 이처럼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의 조안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행사장 앞 긴 줄을 보며 “이렇게 줄이 길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마케팅업계에 종사하는 제니 버너씨 역시 “엔비디아는 마케팅 종사자인 저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회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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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2025 기조연설을 보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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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황 CEO의 연설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 내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는 약 1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 시작을 2시간 30분 앞두고 이미 1000여명이 줄을 서 있었고, 이에 입장 시간이 30분 지체됐다. 행사장은 3층까지 만석을 이루며 황 CEO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여느 때와 같이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황 CEO는 무대 중앙에서 뛰어오르듯 등장했다. 이와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내 가죽 재킷이 멋지지 않는가”라고 농을 던지며 연설을 시작했다.

새 지포스에 마이크론 GDDR7 탑재

황 CEO는 이날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그래픽저장장치(GPU) 외에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로봇, 자율주행차 등 각종 AI 응용처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임을 강조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각종 AI 반도체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시장이 AI의 중심이었는데, 그 범위를 물리적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올해를 이른바 ‘AI의 대중화’의 시작점으로 삼고, 그 생태계를 엔비디아가 주도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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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2025 기조연설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 내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Michelob Ultra Arena).(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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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EO는 엔비디아의 캐시카우인 GPU부터 공개했다. 이달 출시 예정인 차세대 아키텍처 ‘블랙웰’의 세부 스펙이다. 그는 블랙웰 기반의 GPU인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공개하며 ‘기적(Miracle)’이라고 표현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50 시리즈의 가격을 3분의 1로 확 낮췄다. RTX 4090는 1599달러(약 232만원)에 달했으나 RTX 5070은 549달러(약 79만7000원)로 책정했다. RTX 5070은 50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솔루션이다. 그동안 자사 GPU가 고가로 책정되며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엔비디아가 신제품에 차세대 그래픽 D램인 GDDR7 메모리는 미국 마이크론 제품을 탑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픽 D램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수익성 높은 메모리 제품군으로 꼽힌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GDDR7 시장 선점에 공을 들여왔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GDDR6X를 마이크론으로부터 공급받아 왔는데, 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팀 아메리카’의 상징적인 장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젠슨 황의 AI 생태계 확장 프로젝트

더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엔비디아의 AI 확장 프로젝트다. 황 CEO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같은 ‘물리적인 AI 시스템(Physical AI Systems)’을 위한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을 넘어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시장으로 AI 시장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황 CEO는 이를 두고 “로봇 공학을 위한 챗GPT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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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AI슈퍼칩인 GB10(그레이스 블랙웰) 제품 스펙.(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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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직접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생산한다는 것은 아니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실 세계와 같은 가상 환경을 생성해 다양한 사용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면서, 로봇 혹은 자율주행차가 현실에 있는 것처럼 학습하도록 돕는 것이다. 코스모스는 엔비디아의 AI 개발 플랫폼 ‘쿠다(CUDA)’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이를 오픈 소스 기반으로 내놓으면서,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미래 핵심 산업들의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특히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서는 토요타, 오로라, 콘티넨탈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황 CEO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개발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데, 우리가 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황 CEO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츠’를 공개한 것도 AI 대중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 AI 시장은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를 책상에 놔두고 쓸 수 있는 개인용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황 CEO의 복안이다.

프로젝트 디지츠에 탑재하는 초소형 칩은 블랙웰 기반의 초소형 칩인 GB10(그레이스 블랙웰)이다. 황 CEO는 “GB10을 오는 5월 안에는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황 CEO의 AI 확장 프로젝트는 AI 가속기 수요를 늘리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대부분을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를 로봇, 자율주행차 등으로 확 늘릴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추후 본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로 접어들면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더 늘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AI 메모리 기업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프로젝트 디지츠를 공개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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