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년 내 산업적 성과 기대 전망
양자컴·슈퍼컴·GPU 병행시대 눈앞
한국 수준 하위... "역량 강화 절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시에 있는 구글 퀀텀AI에서 경영진이 구글의 양자 프로세서와 냉각기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양자는 비즈니스다(Quantum Means Business).”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는 오는 9일(현지시간) 이 같은 제목의 양자컴퓨팅 특별 세션을 연다. CES는 올해 처음 양자컴퓨팅 부문을 신설했다. 올해가 국제연합(UN)이 선정한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인 데 더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자기술이 실험실을 나와 산업화를 목전에 두게 된 것도 중요한 계기라는 분석이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양자기술은 단순히 유행어를 넘어 우리 산업을 재편하고 우리의 역량을 강화할 혁신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 세션의 주제도 △양자컴퓨팅 적용의 실제 사례 △양자산업의 도전과제 등 산업화에 초점을 맞췄다. 세션에는 빅테크 선두주자인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스타트업 아이온큐 등 산업계 및 학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양자컴퓨팅은 양자물리학의 ‘중첩’과 ‘얽힘’을 알고리즘 계산에 활용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로,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달 구글 퀀텀AI가 공개한 양자칩 '윌로우'(Willow)는 현시점의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도 10셉틸리언(10의 25제곱)년이 걸릴 계산을 5분 이내에 해내는 성과를 보였다. 양자컴퓨팅의 최대 난제인 오류 문제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서는 양자기술 국제포럼인 '퀀텀 월드 콩그레스(Quantum World Congress)'가 9일(현지시간) 양자컴퓨팅 세션을 진행한다. 퀀텀 월드 콩그레스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이 향후 5~10년 안에 산업적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IBM은 2029년쯤 오류 수정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는 인공지능(AI)의 초격차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AI 모델이 거대화하면서 필요한 연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양자컴퓨팅으로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며 “머지않아 각 산업에서 양자컴퓨터를 슈퍼컴퓨터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팅과 AI의 조합은 신약개발이나 기상예측, 물류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구글과 양자컴퓨팅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AI 머신러닝으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직 기술 난제가 남아 있지만, 양자컴퓨팅을 활용하려는 융합 연구가 활발한 만큼 속도감 있는 진전도 기대된다. 한상욱 한국양자정보학회 회장(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AI를 응용해 성과를 내려면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물론, 양자컴퓨팅용 AI 알고리즘이 최적화돼 더 적은 자원으로 유용하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양자기술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특히 양자 분야 세계 1위인 미국은 2위인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양자컴퓨팅 기술에 수출통제 제도를 신설하는 등 빗장을 걸었다. 중국 역시 지난달 중국과학기술대가 개발한 양자칩 ‘쭈충즈 3.0’으로 현존하는 슈퍼컴퓨터가 풀 수 없는 난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공개하는 등 양자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의 양자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주요 12국에 비해 최하위로 평가된다. 한 회장은 “양자과학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간의 투자는 물론, 양자기술 산업화를 대비한 분야별 융합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