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 “계엄 후 의정갈등 더 심해질 것”
88% “의정갈등 해결 안 되면 부정적인 영향”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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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가량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됐으며,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수정 내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수행하고 7일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신뢰 수준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과반인 53.8%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53.5%는 ‘비상계엄 이후 의정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8.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4.7%는 ‘비상계엄 선포 후 상황은 의료개혁과 의사 증원 정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회도 위기도 아닐 것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각각 35.6%, 19.7%로 나타났다. 또 ‘의정갈등은 막을 수 있던 갈등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69%였던 반면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1%에 그쳤다.
국민 과반인 54%는 정부가 의료개혁 정책, 의사 증원 정책 등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현 사태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해결 가능성을 낮게 본 응답자 540명에게 어느 방향으로 갈 때 해결 여지가 있는지 추가 질문한 결과, ‘전혀 다른 제3의 방안’ 38.0%, ‘기존 정부 방안의 수정안’ 35.4%, ‘기존 의사 단체가 제시한 방안’ 14.4% 순으로 조사됐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대해선 전체의 45.4%가 ‘갈등과 문제가 있으므로 의료개혁안을 수정하거나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고 답했다. 37.7%는 ‘갈등과 문제가 있더라도 의료개혁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갈등과 문제가 있으므로 개혁안을 전면 무효화·백지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9.9%였다.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 비율은 88.0%를 차지했다. 초래될 결과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는 75.5%가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이나 진료과별 의사 인력 배치 불균형 문제에 대해선 87.6%가 문제가 있다라고 짚었다. 의사 수가 부족한지 묻는 조사에선 57.7%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적정하다’는 응답은 26.9%였다. 이를 위한 대안을 묻자 53.0%는 ‘의사 수 증가와 다른 정책 수단 둘 다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제시한 ‘2000명 증원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29.0%,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동의한다’는 응답은 27.2%로 조사됐다. 국민 46.4%는 현 시점에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지나 증원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과반 이상의 국민이 의사 수가 부족하며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의대 증원 정책의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진료과별 의사 인력 불균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개혁은 필요하나 정부 개혁안의 수정 내지 속도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설계와 진행을 맡은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 중 어느 쪽도 정책 결정과 대응에서 국민과 환자를 최우선에 둔다는 믿음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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