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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대학가 주변에 붙은 원룸, 월세 안내 모습
지난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과 인천 세입자들의 신청 건수는 줄었으나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수도권과 시차를 두고 나타난 지방의 역전세, 전세사기 피해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뜻입니다.
오늘(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집합건물 기준)는 4만 7천343건으로,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직전 기록인 2023년의 4만 5천445건보다 1천898건(4.2%) 증가했습니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 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입니다.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으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가면 이 효력이 사라집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임차권 등기를 하면 이사를 하더라도 대항력,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지난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1만 2천668건)로, 전년보다 5.6%(673건) 증가했습니다.
경기 다음으로 서울(1만 1천317건), 인천(8천989건), 부산(5천524건)에서 신청 건수가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서울과 인천의 임차권 등기 신청 건수가 전년보다 각각 23.5%, 8.8% 줄어들며 전세 피해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방 신청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부산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전년보다 83% 증가했습니다.
2022년 582건이었으나 2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경북의 신청 건수는 2023년 394건에서 지난해 979건으로 2.5배 증가했고, 전북은 432건에서 934건으로 2.2배 늘었습니다.
광주(1천84건)는 88.2%, 전남(947건)은 91.3% 급증했습니다.
지방에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곳은 제주(-9.0%), 울산(-1.6%), 세종(-1.3%) 세 곳이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세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임차권등기나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세입자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주인의 집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전세권 설정 등기가 돼 있으면 세입자가 후순위 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다면 세입자가 별도 소송 절차 없이 집을 임의경매로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권 설정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의 동의가 필요한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권 설정 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집합건물 기준)은 2022년 5만 2천363건, 2023년 4만 4천766건, 지난해 4만 3천885건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권 설정이나 임차권 등기를 의무화해 등기부등본을 보면 누가 세입자로 들어와 있고, 계약 기간이 어떻게 되며, 보증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아도 임대차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한지연 기자 jy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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