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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캐나다도 리더십 공백… 트뤼도 총리 “새 총리 뽑히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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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오바마’ 불리며 44세 집권

코로나 사태로 지지율 크게 떨어져

“51번째 주지사” 트럼프 조롱 직격타

트럼프 취임 앞두고 국제정치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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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각) 오타와에 있는 총리관저(리도코티지)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1.07 오타와=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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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54)가 6일(현지시간)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캐나다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새 지도자를 선출하면 당 대표와 총리직에서 물러나려고 한다”고 했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한다.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캐나다는 올 10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조기 총선이 거론되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유당의 지지율 또한 제1야당 보수당에 크게 뒤져 어떤 식으로든 정계 개편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둘러싼 혼란 역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집권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됐고 낮은 지지율로 다음 달 23일 총선에서의 재집권 가능성도 낮다. 세 나라 모두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 트뤼도, 반이민-경제난 여파로 결국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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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총리는 이날 “2015년부터 저는 이 나라와 여러분을 위해 싸워왔다”며 “중산층을 강화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팬데믹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화해를 진전시키고 이 대륙에서 자유 무역을 지키며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지하고 기후 변화를 막으며 경제를 미래에 대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는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몇 달째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연말 연휴 동안 제 미래에 대해 가족들과 깊이 논의하며 고민할 시간을 가졌다”며 “제 경력 전반에 걸쳐 제가 개인적으로 이룩한 모든 성공은 가족의 지지와 격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젯밤, 저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오늘 발표할 결정을 알렸다”며 “당이 전국적인 경쟁 과정을 통해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면,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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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4월 오타와 의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압박, 경제난, 반이민 정서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그는 6일(현지시간)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오타와=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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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 당시 44세로 집권했다. 뛰어난 연설 능력, 호감형 외모 등으로 ‘세계 젊은 정치인의 기수’ ‘캐나다의 오바마’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거치면서 실업률은 증가하고 의료 공백 대란도 발생했다. 동시에 그의 친(親)이민 정책에 불만을 품는 유권자까지 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그는 “매년 50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외쳤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이민자가 재정만 축낸다”는 반발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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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권 첫해인 2015년 캐나다의 이민자는 한 해 전보다 약 26만 명 늘었지만 2023년에는 약 5배인 약 129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민자 급증으로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주요 도시의 집값도 치솟았다. 구직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1월 5.7%였던 실업률은 같은 해 11월 6.8%로 올랐다.

현지 여론조사회사 나노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31.1%였던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반토막 수준인 17.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의 지지율은 27.5%에서 40.0%로 올랐다. 현재 자유당의 지지율은 21%로 보수당(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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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트뤼도는 51번째 미 주지사” 조롱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트뤼도 총리의 입지는 더 취약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25일 “캐나다와 멕시코 상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4일 후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지만 관세율 인하 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같은 해 12월 10일 트럼프 당선인은 그를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고 조롱했다. 한때 최측근이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6일 뒤 전격 사퇴했다. 이후 자유당 내에서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비(非)영국인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 프릴랜드 전 부총리,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등이 새로운 자유당 대표로 거론된다. 다만 총선에서 보수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새 당 대표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 英-獨도 현 지도부 위태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국과 독일의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내정 간섭 논란까지 일으켰다. 특히 머스크는 스타머 총리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숄츠 총리의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두 정상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영국 일각에서도 노동당의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에서 과반이 확실시되는 제1당을 찾아보기 어려운 독일 역시 총선 후에도 상당 기간 연정 구성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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