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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영상]美 테러범도 쓴 ‘그 안경’ 직접 써보니 [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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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뉴올리언스 트럭돌진 테러범

10·11월 사전답사...자전거 타며 거리곳곳 촬영

음성으로 지시하면 시선따라 사진 ‘척척’

내년 하반기 디스플레이 장착 안경도 출시

메타 ‘스마트 안경’을 시연하는 모습.




[헤럴드경제=김영철·천예선 기자] “Hey, Meta. Take a picture!(헤이, 메타. 사진 찍어줘.)”

글로벌 선글라스 업체 레이밴과 협업한 메타의 스마트 안경. 이 안경을 착용한채 원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 “헤이 메타”를 부른 뒤 “사진 찍어줘”라고 말하면 내가 바라본 풍광이 자동으로 촬영된다. 찍힌 사진은 내 핸드폰앱 갤러리에 실시간으로 저장된다. 이뿐만 아니다. 안경테엔 초소형 스피커가 내장돼 음악을 재생해달라고 하면 자동으로 음악도 틀어준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AI엑스포’에서 기자가 직접 체험한 메타의 스마트 안경이다. 메타는 내년 하반기엔 소형 디스플레이까지 장착한 스마트 안경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음성으로 사진이나 영상촬영, 음악재생을 하는 것을 넘어서 알림이나 문자메시지를 안경의 디스플레이에 시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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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중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트럭 돌진 테러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르(42·사망)가 메타의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 [AP]



하지만 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2025년 새해 첫날 뉴올리언스 번화가 한복판을 강타한 테러범의 유용한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중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르(42·사망)은 사전 답사를 위해 메타의 스마트안경을 낀 채 범행 지역을 다녀간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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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수사국이 공개한 영상. 해당 영상에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르(42·사망)이 자전거를 타면서 프랜치 쿼터의 모습을 스마트안경을 통해 녹화하고 있다. [FBI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5일 미 연방수사국(현지시간)은 퇴역 군인 출신인 자바르가 뉴올리언스 버번 스트리트에 즉흥적으로 폭발물을 설치한 것을 포함해 계획 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바르가 범행 전 사전 답사를 목적으로 스마트안경을 사용해 위치를 기록했다고 조사관들은 밝혔다.

FBI가 공개한 영상에서 자바르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을 살펴보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FBI의 특별 요원인 리오넬 미르틸은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 거주하던 자바르가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10일 뉴올리언스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영상 속에서 자바르는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자전거를 타고 뉴올리언스의 프렌치 쿼터의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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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르(42·사망)가 거울 앞에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스마트안경을 쓰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모습. [미 연방수사국(FBI) 제공]



이후 자바르는 세번째 방문이던 지난 1일 버번 스트리트에 모인 신년맞이 인파 속으로 트럭을 최고 속도로 돌진, 15명을 살해하고 35명 이상을 다치게 했다. 자바르가 범행을 위해 빌린 트럭에서는 이슬람국가(IS) 깃발이 발견됐다.

다만 미르틸은 자바르가 범행 당시 해당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영상을 찍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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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해 첫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번화가로 돌진한 흰 트럭의 앞부분이 반파된 모습. 차량 뒷쪽에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 깃발(흰색봉에 검은색 깃발)이 보인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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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바르 착용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사진과 영상 촬영, 실시간 생중계 등의 기능이 탑재돼 있다. 각 렌즈 모서리에 1200만 화소의 초광각 카메라가 장착돼 있으며, 최대 1080p 해상도의 60초 동영상 녹화가 가능하다.

메타는 지난 2021년부터 에실로룩소티카와 함께 카메라와 스피커가 장착된 레이밴 브랜드의 스마트 안경를 판매해 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이 제품은 사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해도 AI가 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했다. AI와 음성 명령으로 간편하게 촬영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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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출시한 스마트안경. 해당 제품은 렌즈가 부착돼 사진과 영상 촬영은 물론 실시간 중계도 할 수 있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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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스톤 메타 대변인은 이번 사안에 대해 “법 집행 기관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르틸은 “메타의 스마트안경을 사용하면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할 수 있고, 실시간 생중계도 가능하다”면서 “그가 어디로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여부 등 뉴올리언스에서 저지른 범행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FBI는 자바르가 지난 2023년 6월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고, 약 일주일 후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3일 동안 방문한 점을 들어 해당 일정에서 만났을 만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라이아 FBI 부국장은 “현재로선 다른 사람이 연루됐다고 평가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공범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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