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휴보'.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
삼성전자가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단장에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를 선임하면서 로봇 기술 개발 방향과 사업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동성과 인공지능(AI) 등 기반 기술을 강화에도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오준호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이자 한국 최초의 이족 보행 인간형 로봇인 '휴보'를 탄생시킨 로봇 공학자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오 교수를 신설한 미래로봇추진단 단장으로 영입한 건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위한 행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고 치열한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로봇 업계에서는 그러나 오 교수가 삼성전자에서 휴머노이드 자체보다 로봇의 효용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평소 오 교수가 보인 지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주위에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해선 모빌리티와 AI 기반 자율성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지를 자주 엿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은 오준호 KAIST 명예교수.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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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오준호 교수는 휴머노이드 아이템 하나만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상장을 추진했을 만큼 휴머노이드에 진심인 인물”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생각을 바꿨고, 그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축적한 여러 기술을 휴머노이드에 접목하고 AI 기반 동작 자율성을 융합,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삼성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 교수가 삼성전자에서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휴머노이드 기술은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휴머노이드는 이족 보행으로 움직이지만, 바퀴를 결합해 이동성을 극대화할 경우 제조 공장 등에서 쓰임새가 넓어질 수 있다.
실제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같은 로봇을 만든 바 있다. 상체는 휴머노이드처럼 양팔을 달고 바퀴를 장착한 제품이다. 빠르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사람처럼 두 팔로 활용해 여러 제조 공정에서 활용될 수 있다. 토요타가 레인보우로보틱스로부터 이동형 양팔 로봇을 공급받을 정도로, 제조업 분야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이동형 양팔 로봇 'RB-Y1'.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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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휴머노이드 소프트웨어 기술도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현재 휴머노이드를 제어하기 위해선 개별 로봇을 일일이 코딩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AI 알고리즘을 적용시키면 로봇에 자율성을 효율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휴머노이드 응용 폭이 넓어져 서비스 로봇 사업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은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을 이용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심층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며 “삼성이 로봇을 물리적 매개체로 활용, AI 사업을 본격 전개하기 위해 미래로봇추진단이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임원 출신 인사는 “삼성 로봇 R&D 인력이 삼성리서치에 300명, 생산기술연구소에 80명 이상이 있을 정도로 임직원 숫자가 100명 미만인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규모가 크다”며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목적보다도 레인보우로보틱스 원천 기술을 적극 활용해 미래 사업 준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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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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