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는 여성.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123r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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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일본어 배우기, 골프 치기, 달리기,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읽기...’
홍콩의 딥페이크 사기 조직이 신입 조직원들에게 가르친 ‘부유한 미혼 여성’으로 가장하는 법 중 일부다.
이 사기 조직은 매력적인 여성의 딥페이크 이미지를 사용해 피해자를 유인한 뒤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다. 이들은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사기 행각을 벌였는데, 범죄 수익은 3400만 홍콩달러(약 64억3000원)에 달했다.
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로맨스 스캠 수법으로 허위 코인 투자를 유도해 투자금을 뜯어낸 홍콩 범죄 조직 일당 3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기 조직은 피해자의 직업, 교육 수준, 재정 목표 등을 알아내기 위해 신입 조직원들에게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며 “피해자의 욕망을 부추기고 신뢰를 얻기 위해 부유한 생활 방식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을 속이는 방법에 대해 정리한 노트 [scm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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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 홍콩 사기 조직은 신입 조직원들에게 ‘부유한 미혼 여성’으로 가장하는 법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가르쳤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자신이 성공한 여성이라고 속이기 위해 ‘가짜 일상 활동’ 목록을 만들어 학습했다. 일본어 배우기, 골프 치기, 달리기, 성공한 이들의 자서전 읽기, 자산 매수나 여행에 대한 이야기 등이 주요 활동이었다. 특히 이들은 각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 멘트까지 준비했다.
‘달리기’에 대해서는 “여성의 가장 큰 자산은 자기 훈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도록 교육했다. 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그런 좋은 물건을 살 자격이 있다”라고 말하도록 독려했다.
이들은 또 “저는 전에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암호화폐 대표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하하하”와 같이 말하는 식으로 상류층 인맥을 강조했다. 신입 조직원의 노트에는 “골프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만나기도 했고, 그저 건강해지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등의 멘트가 적혀 있었다.
경찰 기자 브리핑 [SCM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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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경찰이 압수한 또 다른 노트에는 피해자로부터 15만 달러를 끌어내기 위한 심리 조종 전략도 담겨 있었다.
먼저 조직원은 피해자의 암호화폐 계좌에 15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다음, 피해자에게 공동 투자를 위해 15만 달러를 따로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가 제안을 거부하면, “당신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라서 내가 기꺼이 이렇게 했다는 걸 알고 있어?”라며 감정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러한 심리 조종은 5단계로 이뤄졌는데, 매뉴얼에는 “첫 번째 대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두 번째 대화: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것. 세 번째 대화: 당신이 그들에게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네 번째 대화: 투자 개념을 주입하는 것. 다섯 번째 대화: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신입 조직원들은 다양한 데이트 앱을 사용하여 타겟을 낚도록 훈련을 받는데, 타겟은 주로 대만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이 머물렀던 건물에서 휴대전화 25대와 컴퓨터 1대를 압수했다. 용의자들은 20~34세 사이였으며, 대부분 무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이번 사건이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국내 범죄 조직이 적발된 두 번째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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