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기훈을 '바보'로 바라보는 시선에 안타까워
공공선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 필요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2'가 공개 첫 주, 전 세계 93개국에서 시청시간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죠. 이미 작품 공개 전에 제82회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쇼군', 넷플릭스 '외교관' 애플TV의 '슬로호시스' 등 쟁쟁한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겁니다.
오늘(현지시간 5일)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 출국을 앞둔 황동혁 감독과 지난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시즌 2를 두고 떠도는 일부 '혹평'에 대한 생각과 다음 시즌에 대한 예고, 골든글로브 수상에 대한 전망, 현 시국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오징어게임2 제작한 황동혁 감독, 그는 현실을 풍자하려 만든 오징어게임이 한국 사회에서 '진짜 현실처럼' 되어 버린 것에 대해 연출가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출처 =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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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개 직후 국내 언론, 해외 언론 반응에 어떤 생각을 했나요.
=처음에 나오자마자 좋다는 반응이 주로 있다가 외신 반응을 보고선 '혹평 쏟아진다' 했다가 나중엔 '호불호 갈려...' 이렇게 가더라고요. 흐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시즌 1이 너무 성공해서 많은 기대를 하시고 그 기대도 다 다르시고 하셔서 어느 정도 실망하시는 분들, 좋아하시는 분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시즌 2가 완결이 완전히 안 되는 이야기다 보니까 '어떻게 기다리라고!' 이런 마음들이 드실 것 같아서.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한참 또 1위를 찍고 있고 해서 안도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Q. 시즌1은 '세계적인 인기'라 말하기에도 부족하다 느껴집니다. 압도적인 유행을 이뤄내다 보니, 시즌2가 나오기 전에 '참가자들 중에 외국인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관련해서 어떤 고민을 했나요.
=외국인 참가자 넣고 싶었지만 넣을 수 없었어요. 배우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한국말이 되는, 그러면서 연기도 되는 다른 외국인 배우들을 찾기 힘들었어요. 시즌1에 아누팜도 정말 어렵게 찾은 배우라서. 대신 현주라는 트렌스젠더,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들 중에서 (더) 소외되고 있는 성소수자를 다뤄보고 싶어서 현주로 대표하는 캐릭터를 넣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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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것 그대로' 자신감 생겨...공기놀이도 통했다
━Q. '천지신명' '모텔 유머' 같은 부분은 사실 한국 사람만 이해하는 유머 코드 잖아요. 극을 쓰실 때 보편성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의미일까요.
=공기놀이도 최근에 인기라고 하더라고요. 모텔 유머 같은 경우에 저도 영화 촬영하면서 만실에 불이 꺼지는 걸 처음 알았어요. 성기훈이 항상 만실로 해놓아서 '불을 꺼놓고 자기만의 아지트를 만드는구나' 생각했어요. 시즌 2는 그런 한국적인 요소를 넣는것을 오히려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했어요. 왜냐면 시즌1을 보고 한국말을 공부하시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고 하시니까 시즌 1의 큰 성공 덕분에 한국 것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신 것 같아요.
Q. 1-2화 '딱지맨'의 서사에 힘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보면 공유 배우의 연기력에도 눈을 번뜩였을 것 같습니다.
=시즌 1에 굉장히 조금 잠깐 나오는 캐릭터인데, 댓글을 보다가 딱지맨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거기다가 성기훈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전개되는 이야기라 당연히 '딱지맨 먼저 찾겠구나' 생각이 들었고요. 모든 걸 다 보여드릴 순 없겠지만 최소한 어떤 사람이고 왜 이렇게 되었는가 힌트를 드리고 싶었어요. 기훈과 대화하면서 나오는, 과거 이 사람의 게임 섬 안에서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전사에 대한 힌트도 드리고 소개도 해드리고 싶었고요. 딱지맨의 자살과 같은 죽음으로 끝나는 게 가장 강렬한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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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에 '바보'라는 세태 안타까워...공공선 논의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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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국 BBC에서 이정재 연기의 재발견이라며 놀라워하더라고요. (기자가 생각하기엔) '이정재는 원래 이 정도 연기하는데?' 싶었습니다만, 주인공 성기훈 역할은 어떻게 변주하셨나요.
=성기훈은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 각성하는 인물이거든요. 게임을 끝내겠다고 선언하고 모든 걸 던지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그래서 1편보다는 심각해진 면이 있기도 했죠. 시즌2에서는 그 변한 기훈으로 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었어요. 감히 이 미약한 개인이 시스템을 바꿔보겠다고 그것을 위해서 모든 걸 던지는 그런 캐릭터죠.
=시즌2에 반응에 대해선 제가 놀랐던 건 '너무 바보 같은 리더 아닌가'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라는 (대중들의) 반응을 보고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기훈과 참가자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건 이렇게 게임을 하면서 죽고 죽이는 시스템을 만든 자들 탓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실상 게임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서만 적개심을 드러내고 이게 우리 세상일까.
=기훈은 '그것은 저 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야. 그 분노의 손가락은 위로 향해야 해' 그런 신념과 공공선에 대한 이데올로기 너무나 사라지고 각자도생으로 변해버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냈으면 좋겠어서 성기훈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기훈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일부의 희생을 용인하는, 처음의 선한 마음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반란을 할 때 성기훈은 그런 바람과 현실에 대한 분석 이런 데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Q. 그럼 반대로 이병헌씨 역할은 시스템의 수호자로서 대중들을 조롱하기도 하고 또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하는 역할이잖아요.
=지배 계층으로 이뤄져있잖아요. 상부에는 그런 것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고 어떨 때는 우리 편인 것처럼 굴기도 하지만 결국 아닌 그런 인물로 프론트맨을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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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만 부각한 여성캐릭터?..."비판 겸허히 받아들여"
━Q. 이런 비판은 뼈아프게 다가올 듯 싶습니다. '오징어게임2' 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엄마에 갇혀있다'는 비판인데요. 임신부거나 딸을 잃어버린 엄마거나, 아들과 함께 온 엄마거나 전부 모성과 연결돼 있는데 이런 비판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겸허히 받아들여야죠. 남자로서 여성 캐릭터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금자도 용식이 빚을 갚기 위해서 들어오고. 강한 동기가 꼭 필요했기 때문에 모성을 선택한 것이고, '여성들이 모성뿐인 존재다' 이런 생각은 아니었고요. 저 나름대로는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이 험난한 상황을 뚫고 가기 위해서 단순히 빚만 진 사람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러다보니 이 과정에서 중요한 캐릭터에는 모성을 쓴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선 '너무 유명한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와 길어졌다' 이런 평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즌 2,3에 걸쳐서 해외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다 무명 배우에요. 연기를 잘하고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의 외모에 적합한 배우들을 찾다 보니까 알려진 배우들도 제가 선택한게 아니라 다 오디션을 봤습니다. 대표적으로 박규영 배우가 그렇습니다. 두 번이나 오디션을 봤거요. 제가 유명세로 인해서 뽑은 건 아닙니다.
Q. 이 배우들의 서사, 소위 '떡밥'들이 다 회수 됩니까.
=됩니다. 진짜로. 저 딴에는 진짜 노력을 해서 캐릭터 한 명 한 명 살리려고 했기 때문에. 시즌 3에는 사람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잖아요. 아마 시즌 3에서는 캐릭터 각각으로는 다 서사가 보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총격 씬. 어떤 이미지 상상하면서 찍으셨을까요.
=돈키호테가 풍차에 달려드는 장면. 풍차가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흔히 생각하면 풍자가 상징하는 제도, 시스템 국가 권력. 기훈이가 권력에 달려드는 모습을 이미지적으로 그려내려고 했고요. 시즌1의 이미지 중에 병정들이 계단에 쓰러져 있는 게 있거든요. 그 모습을 확장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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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앞이 현실판 '오겜'...무섭고 슬프다
━Q. 현 시국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연출자로서 지금의 한국 현실을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은 (작품을) 쓸 때는 '이런 기미가 보이는 것 같다. 서로 싸우고 삿대질하고 내 모든 피해는 너 때문이야 옆 사람을 가르키고 더 약한 사람을 가르키고 모든 걸 난민 탓을 하고' 그런 세태가 보여서 풍자하려 만들었던 건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너무 직접적으로 까지 비슷한 그림들이 보이는 하필이면 그것도 우리 한국 사회가 충격적이고 무섭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산 한남오거리 관저 근처에 가면 선을 그어놨더라고요. 오징어게임 O,X 게임과 이 작품을 만든 건 그러지말자고 만든 건데 지금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합니다.
Q.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은 결국 전 세계가 현실에 공감한다는 뜻이지 않을까요.
=그 자체가 후킹(hooking)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빚에 시달리는 어른들이 경제관계가 아무것도 없던 순수한 시절에 하는 놀이를 하는 이야기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캐릭터 라인과 스토리가, 각자 나라에서 다 겪고 있는 모습들과 인물들이 동일시되기가 쉬운 이야기인거죠. 온 세상 사람들이. 또 색상이라던가 기호라던가 이런 게 비주얼적으로 색상이라던가 기호라던가 게임이 단순하고 누구나 쉽게 눈을 사로잡고 이해하기 쉬운 것 같아서 공감을 받은 것 같아요.
Q. 감독님은 내가 만든 콘텐츠가 이렇게 전 세계인이 보고, 또 열광할 거라는 상상을 해보셨나요?
=그런 바램은 있었죠. 예전에는 콘텐츠를 만들면 많은 단계가 걸렸잖아요. 그 단계를 거쳐서 일 년 이 년 거쳐서 공개를 했잖아요. 그런데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동시에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볼 수 있는 배급망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공개하는 거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 이런 욕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제가 유학 시절부터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넷플릭스를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 정도까지 성공을 하리라고는 사실 상상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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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셔야"…골든글로브엔 "마음 비웠다"
━Q. 시즌3는 언제 나올까요. 시즌 2랑 시즌 3을 나눈 것에 대해 반응이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시즌 3에서 나머지 캐릭터의 운명을 만나보실 거고. 최대한 빠르게 작업할 거고. 가장 정서적으로 충격받으실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한다' 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고요. 두 개를 찢은 이유는 사실 아주 긴 이야기입니다. 시즌2를 8개 만들어서 아예 시즌을 끝내려고 했어요. 근데 쓰다보니까 10개가 넘어서, 사람들이 이걸 따라올 수 있을까. 또 10개를 만들려면 2025년 말 개봉인데..미드는 다음 시즌이 1년 뒤에 바로 나오니까 또 사람들이 기억하고 기다려 주시는데 답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면 쪼개서 공개를 해야겠다. 꼭 넷플릭스가 말한 게 아니라 저도 합의를 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시즌2에 대한 배신감이 크실 걸 알았어요 (웃음) 그런데 시즌3에 대한 사이 기간이 길지 않으니까 그 실망감과 배신감을 보상받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만들어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Q.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어느 정도 기대하시나요.
=공개도 하기 전에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어요. 시즌 2와 시즌 3가 이어져 있어서 시즌3가 아직 공개가 안 된 상태라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놓고 있어요. 지난 시상식(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는 (인종차별 폭로 등으로 보이콧 사태 있어서)현장에 못 가서 이번에는 가서 현장도 느끼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조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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