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 환경은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제로 상태에 있는 가운데 저멀리 갈길을 찾지 못하는 국회의사당과 깃발이 보이고 있다. [이충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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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계기로 개헌론이 확산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현행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공감대가 깔리면서다.
과거에도 전·현직 대통령 탄핵·수사 등을 겪으면 으레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번엔 그 강도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국민은 비상계엄을 겪으며 생각의 방향은 다르더라도 ‘현 체제로는 안 된다’라는 경각심이 대다수의 마음속에 싹튼 것처럼 보인다.
지난 1일 공개한 매일경제 신년 여론조사에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27%에 불과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26%)과 비슷한 수준이다. 탄핵과 개헌 둘 다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열망임이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미지근한 정치권 반응이다. 170석이라는 칼자루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국면 전환용 물타기’로 낙인찍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개헌과 거국내각 제안은 내란·외환의 우두머리 윤석열의 임기를 연장하려는 음모”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개헌 논의는 주로 현직 대통령 레임덕 상황에서 불거졌고, 정국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로만 작용하고 흐지부지 고사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 보인다. 과거 개헌 논의가 이해득실과 정략을 따진 정치권으로부터 발원했다면, 현재는 비상계엄 덕분에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된 분위기다. 이를 공론화하고 여러 목소리의 가닥을 모아내는 정치의 본령만이 남았을 뿐이다.
개헌을 주장하는 쪽은,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심사숙고의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쪽도, 스스로 개헌론을 시선 분산용 미끼 따위로 치부하는 일이야 말로 수권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국민 열망을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모두가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며 문제 해결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해결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87년 체제 이후 대부분 정권이 전 정권의 실기를 꾸짖는 회초리로 쓰이면서, 스스로 회초리를 휘두르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전형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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