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지난 1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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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작된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후폭풍이 워낙 이례적인 일이라 헌법과 관련 법들이 이에 대응하지 못해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예컨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뿐만 아니라 그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놓고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어 우왕좌왕했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 의결정족수 기준(200명)을 충족하지 못한 채 다수 의석으로 한덕수 전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밀어붙였지만 여당은 이에 반발해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냈다.
헌법재판관 6인으로 심판 결정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고, 내란 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도 갑론을박이다. 명확한 법조문이 없는 데다 각자 편의주의적 해석을 하면서 논란은 더 커진다. 이런 험악한 일들이 발생할 것을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며 자조섞인 한탄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 정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법 조문 해석을 놓고 지금쯤 따져볼 사례 중 하나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인데, ‘소추’에 기존에 진행중인 재판이 포함되느냐 여부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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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추 범위 문제는 지난해 6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화두를 던져 헌법학자들 간 한차례 논쟁이 오간 사안이다.
한 전 대표는 쌍방울 대북 송금 대납 건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대한 유죄 선고가 나온 직후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당시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전이었지만 이 대표가 재판 지연을 통해 2027년 대선에 나와 승리했을 때 재판 속개와 유죄 선고시 대통령직 유지 여부를 물은 것이다.
학자들 간에는 헌법상 ‘소추’는 검사의 기소 단계까지만 해당돼 대통령 당선 후에도 취임 전에 받던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과 대통령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임기 중에는 재판이 면제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전자는 대통령 등 통치기관의 특권과 권한은 가능한 한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차원인 반면 후자는 소추에는 기소를 넘어 공소 유지 등 재판까지 포함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재판 속개로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잃는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헌법은 판결 기타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돼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상반기에 혹시 닥칠지 모를 조기 대선과 이후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때 가서 법 해석을 놓고 또 한바탕 홍역을 치러서는 정치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더욱이 국가최고지도자의 거취와 관련된 문제라면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열한 논쟁 끝에 만에 하나 재임 중 대통령에 대한 형사사건 재판이 이뤄지고, 최종 유죄가 나온다면 한국 정치사는 또한번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당시 한 전 대표도 “(헌법 84조는) 현실 세계와 거리가 먼 학술적 논의였지만 거대 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피고인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는 초현실적 상황에서는 국가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 전 대표가 지적한 초현실이 도래할 시점은 좀 더 빨라질지 모른다. 재판중인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는 상황이 낳을 후폭풍을 미리 따져놔야 추후 국론 분열과 정치적 충돌을 막을 수 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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