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멈추자는 간청 들어준 러 병사
"인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
러시아 미사일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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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잔혹한 혈투 끝에 숨을 거두는 영상이 공개됐다.
4일(현지시간) 렌TV 등 러시아 현지 매체는 최근 텔레그램 등에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한 마을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백병전을 벌이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서 두 군인은 처음에 건물을 사이에 두고 총격을 주고받았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자동소총 총구를 잡았고, 러시아군은 단검을 꺼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했다.
이후 두 장병은 몸으로 맞붙어 격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크게 다쳐 쓰러진 우크라이나군은 "당신은 세계 최고의 전사"라며 조용히 숨을 거두고 싶으니 싸움을 멈추자고 간청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장병은 "엄마, 안녕"이라며 작별 인사를 한 뒤 수류탄을 꺼내 터뜨렸다. 이 영상은 최근 공개됐지만, 촬영 시기는 지난해 가을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 속에서 콜사인 '투타'로 불린 러시아군은 시베리아 야쿠티야 출신 자원병인 안드레이 그리고리예프라고 러시아 매체 RT는 전했다. 그리고리예프는 숨진 우크라이나군이 당시 자신의 친구를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병사와 칼싸움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당시엔 가까이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며 "당시를 떠올리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않고 작별 인사를 나눈 데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라며 "이미 그가 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이 불과 이틀 사이에 1개 대대가 전멸했다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추가로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외신들은 '1개 대대'가 일반적으로 수백명 단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러시아군은 북한군을 앞세워 다수의 사상자를 감수하고 병력을 계속 투입하는 인해전술 방식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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