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우파 지도자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오른쪽)가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환하게 웃은 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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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유럽 각국을 흔들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을 대표하는 국가의 현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극우정당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선거 개입 논란 속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의식한 유럽 각국은 표정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 3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의회를 해산한 후 새로운 총선거를 치러 출범 7개월 된 노동당 정부를 쫓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예"라는 의견을 밝혔다. 머스크는 전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있을 때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비난하며 재조사 착수와 스타머 총리 사퇴를 주장했다.
머스크가 영국 정치에 간섭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시리아 난민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과 법정 모독 등 혐의로 작년 10월부터 징역형을 사는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머스크는 극우파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만났으며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다음달 23일 선거를 앞둔 독일에도 노골적인 정치 개입을 하고 있다. 머스크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지난달 20일 X에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연말에는 독일 매체 벨트암존탁에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아울러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부르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무능한 멍청이이며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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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내정 간섭에도 영국과 독일 정부는 뾰족한 수가 없다. 런던에 본부를 둔 연구기관 '브리티시 퓨처'의 순데르 카트왈라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머스크의 메시지가 영국과 독일에서 통하지 않지만 두 나라 정부는 트럼프와의 관계 때문에 대응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그의 최측근인 머스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몇 달간 반응이 없던 영국은 지난 3일 웨스 스트리팅 보건부 장관과 앤드루 그윈 보건부 차관이 언론에 "일론 머스크가 비판한 내용 중 일부는 내가 보기엔 잘못된 판단이며 잘못된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미국 시민이니 대서양 건너편의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측 반응에 대해 NYT는 "정중하다(polite)"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독일은 정부 대변인 명의로 "머스크가 (독일) 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독일에서는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에 의해 선거 결과가 결정된다. 머스크가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지만 다른 사람이 그 의견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영국·독일과 달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현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12월 7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머스크를 초청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각별한 사이인 멜로니 총리가 4일 예고 없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날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회동에는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재무장관 지명자 스콧 베센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등이 배석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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