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SK의 미래를 위한 도약, 2008년 KT의 IT가 강한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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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박정희 시해, 전두환의 쿠데타와 5·16 광주 민주화 운동, 계엄령으로 이어지던 1980년 전후의 악몽이 떠오른다. 조기 저지되어 다행이지만, 그러잖아도 정체된 경제가 정치 파동으로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인 대런 아세모글루는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양호(포용)한 정치로부터 양호한 경제가 파생한다고 주장한다. 양호한 정치는 양호한 국가지배구조에서 기인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신성한 의무)를, 효율적으로 세금을 집행하면서 성실히 수행하고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러리라는 국민의 신뢰로 담보된다.
작금의 혼란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WEF)·국제경영개발원(IMD) 지수도 세부로 들어가 보면 국가지배구조는 4.84점(평균 8.25점) OECD(37개국) 내 29위로 최하위권이다(졸저 '부유한 경제 가난한 행복'). 권력이 대통령·집권층과 국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결정하는 3300개 자리에는 대통령 산하의 소 권력기구(검찰·감사원·국세청·공정위·금감원·방통위·KBS 등) 장이 포함된다. 논공행상이야 통례적이겠지만, 권력기구가 중립적으로 기능 않는 것은 문제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는 그간 의전이나 요구하고 국정감사에서 언성을 높이며 잔여 예산은 지역구별로 나누어 먹는 모습으로 투영되어왔다. 계엄령 해제와 불요 예산 삭감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연이은 탄핵권 남발과 추경 삭감은 사회경제를 뒤흔들었다. 기업의 대관 업무가 세종시보다 여의도로 먼저 향하는 파워 시프트가 이루어진 지 오래다. 계엄령·탄핵권은 법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으로 부득이할 때만 사용하는 지나침을 경계하는 계명배(戒盈杯)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 가수 지드래곤이 바보라고 소리 높여 부른 '파워'의 말로는 실로 비참하다. 우리는 20세기 이후 역사적으로 복잡했던 헝가리·독일에 이어 OECD에서 가장 많은 수뇌가 구속된 국가지배구조 후진국이다.
그나마 정보기술(IT)의 진가가 발휘되어 다행이다. 2017년 이후 우리의 IMD 순위가 급상승한 것은 IT 덕이었고 계엄령 해제는 IT가 결집한 국민의 지지 덕이었다. 스마트폰으로 국회 안팎의 현장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CCTV가 일거수일투족을 담았으며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보는 눈이 많으면 실수는 줄어든다'라는 리눅스 원리가 5G·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국민의 힘으로 구현된 것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는 촛불 시위 대신 잦은 선거로 대체할 수 있다. 예컨대 3년에 한 번씩, 4000억원 넘게 들지만, 어차피 국민의 세금이니, 대선을 치르면 된다. 국회는 세종시로 이전하고 의원 특권은 봉사로 임하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덴마크를 벤치마크해 줄이면 된다.
중앙집권제 하의 갈등은 파워를 잡지 못하면 죽는다는 양자택일적 사투의 결과물로 국론 분란과 국가 위기의 불씨다. 흥사단 입단 문답에는 국권 상실의 이유로 관료들의 당리 당론을 들었고 김구는 백범일지에 이념 대립으로 임시정부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는 것을 한탄했다. 아쉬운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해외에서 동분서주하면서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려 했던 도산 안창호와 같은 큰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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