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갈등과 혼란 속 자기 마음 다스려야
종교계 이제는 기도, 참회 등 성찰 권할 때
지난 1일 오전에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진행된 새해 108배 및 타종의식 모습. 108배는 자신을 낮추고 성찰하는 의미가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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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황의중 기자 =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소추, 제주항공 참사 등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최근 현실에 현기증을 느끼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교에서는 '조고각하(照顧脚下·발 아래를 살피십시오)'라는 말이 있다. 선어록인 종문무고(宗門武庫)와 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선어록인 '벽암록(碧巖錄)'을 저술한 원오 극근(圓悟 克勤, 1063~1135)선사가 스승인 법연스님의 질문에 답한 말에서 유래했다. 사찰을 자주 찾은 사람이라면 계단 밑에 쓰인 '조고각하'란 명패를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발 아래를 살핀다는 것은 곱씹어볼 만한 말이다. 땅에 사는 인간의 기장 기본은 제대로 걷는 것이다. 잘 걷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목적지만 보지말고 발 아래를 잘 살펴야 한다. 발 아래를 살피는 건 회광반조(回光返照·빛을 돌이켜 거꾸로 보는 것)이자 일종의 성찰이다. 사람이 착오에서 벗어나고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해선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사회는 흥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자신의 뜻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으면 척결의 대상으로 비난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너무 쉽게 타인에게 강요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정도가 심한 경우도 있다. 정의가 독선으로 변질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종교계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 때 적절한 톤으로 빠르게 올바른 목소리를 냈다. 공의(公義)는 충분히 보여줬다. 이제 종교계가 나서서 기도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갖자고 해야 할 시점이다. 당분간 사회적 혼란이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이기에 화(火)를 삭일 때도 됐다. 지금처럼 화가 사회를 지배하면 사실상 내전 상태로 빠질 위험이 있다. 극단적인 갈등을 진정시키는 것도 공의를 외치는 것만큼 종교계가 해야 할 일이다.
경남 양산 통도사는 혼란스러웠던 작년 12월 한달을 뜻깊게 보냈다. 모여서 화엄경을 공부하고 기도하는 30일간의 여정인 '화엄산림대법회'를 봉행한 것이다. 당시 법사로 참여한 한 스님은 참가자들 보고 "이 시국에 가장 행복한 분들"이라고 표현했다. 다들 불안 또는 분노를 느낄 때 자신을 수양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보내니 청복(淸福·맑고 깨끗한 복)을 누린 셈이다.
갈등이 격해지는 시기에 마음을 다스리려는 사람은 귀하다. 또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다. 한해 시작하는 달 각자의 자리에서 '조고각하'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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