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적 美·日 전쟁문화 해부…존 다우어 2010년작 번역 출간
'전쟁의 문화' 표지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2000년 저서 '패배를 껴안고'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은 미국 역사학자 존 다우어가 2010년 발간한 '전쟁의 문화'(아르테)가 15년 만에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다양한 관점으로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다뤄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과 일본, 두 제국의 전쟁문화를 낱낱이 뜯어 살펴본다.
저자는 '전쟁의 문화'를 편견과 신앙, 희망적 사고 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인지적 오류가 만연한 상황을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전쟁 역사에 대한 선택적 기억과 집단적 망각 탓에 미국과 일본 사회에 이 같은 왜곡된 전쟁의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고 진단한다.
그는 특히 미국과 일본의 전쟁 계획가들의 오만과 위선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합리적 선택'을 가장한 그들의 비합리와 무책임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적과 나'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고, 자기편의 잘못이나 약점은 감추면서 상대의 위협은 과대 포장하는 정치 선전·문화·미디어가 미국과 일본 사회를 지배하면서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전쟁의 문화'를 퍼뜨렸다고 역설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전쟁의 악순환 고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생생하게 파헤쳐 보여준다.
1부에선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교 분석해 이러한 파국적 사건이 '전략적 멍청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전쟁 논리만을 앞세운 나머지 상대국의 심리와 능력을 심각하게 오판한 상태에서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일본 원자폭탄 투하와 9.11 테러를 다룬 2부는 전쟁에서 자행된 민간인 대량 살상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2차 대전 당시 '그라운드 제로'로 불린 미국의 '총력전' 전략이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치밀하게 다룬다.
3부에선 1945년 미군이 일본을 점령할 당시 군 해체나 공직자 숙청과 같은 정책이 성공한 반면, 2003년 이라크 침공에선 이 같은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시장 근본주의적 접근을 선택하면서 이라크를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실험장으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점령 정책이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 같은 전쟁의 문화적 병폐가 2008년 금융 위기 사태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고도 꼬집는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전쟁꾼과 금융꾼 같은 세속의 사제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 탓에 전쟁과 금융 양쪽에서 동일한 비극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위험 평가의 실패'와 '합리성으로 포장된 희망적 사고', '역사적 상상력의 결여' 등 합리를 가장한 비합리적 오판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책을 마무리한다.
최파일 옮김. 79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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