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자가 부동산신탁회사와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부동산 신탁회사가 발주자가 돼 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합니다. 시공사는 하도급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 경우 하도급업체는 부동산 신탁회사를 상대로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우선 도급계약서와 하도급계약서에 각각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를 규정해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하도급업체는 '도급계약서, 하도급계약서를 근거로 해' 신탁회사에게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된 하급심 판결이 있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4. 12. 12. 선고 2023가합55738 판결). 하도급업체는 도급계약서, 하도급계약서에 각각 규정되어 있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사유가 발생한 점을 근거로 들어, 신탁회사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도급계약은 신탁회사와 시공사 사이에, 하도급계약은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사이에 체결된 것입니다. 따라서 하도급업체는 자신과는 아무런 계약도 체결한 바 없는 신탁회사를 상대로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당사자가 아닌 도급계약의 효력이나 신탁회사가 당사자가 아닌 하도급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이처럼 법원은 "계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도급업체는 '하도급대금 직접지급합의가 있었으므로, 하도급법 제14조상의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도급업체, 시공사가 하도급법 제2조 제2항, 제3항이 규정하는 '원사업자, 수급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시공사가 하도급계약 체결당시 신탁회사에게 서면 승인을 받고 하도급계약서를 서면통보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로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편, 하도급업체는 시공사의 신탁회사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두었는바, 신탁회사를 상대로 이에 따른 '추심금 청구'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신탁계약상 공사비의 80%는 자금집행순서 4순위로 규정돼 있고, 이를 초과하는 공사비는 자금집행순서 10순위로 규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공사비의 80% 이상이 지급된 점에 대해는 다툼이 없었으므로, 하도급업체가 지급을 구하는 공사대금은 10순위로 지급돼야 할 돈에 해당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아직 그보다 선순위인 대출원리금도 모두 변제되지 않았으므로, 위 공사대금의 자금집행순서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다221830 판결).
따라서 신탁회사는 시공사가 공사대금을 청구할 경우, '신탁계약상 자금집행순서의 미도래를 이유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한편, 금전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때에는 제3채무자는 "채권이 압류되기 전에 압류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65987 판결). 따라서 제3채무자인 신탁회사는 압류 채권자인 하도급업체에게도 신탁계약상 자금집행순서 약정 및 순서의 미도래를 이유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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